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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향기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오늘은 불금입니다.

주5일제 시행된 이후 휴일이 주는 자유로움과 편함을 즐기려는 탓인지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하네요.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오늘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불금은 되지 않겠지요.

 

오후에 짬을 내어 학교 뒷산에 올랐습니다.

선생님 중 한 분이 뒷산에 야생 더덕을 봐 두었다고 해서요.

뒷산이라고 해 봐야 해발 백미터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낮은 산이어서

그 선생님이 출발하고 한참 뒤에서야

운동삼아 가벼운 맘으로 또 한 분의 동료 선생님과 길을 나섰습니다.

저는 등산화를 신고, 나와 동행한 선생님은 장화를 신고요.

호미도 한 개 씩 비닐봉투에 챙겨 넣었지요.

 

그런데....

막상 산을 오르니 만만한 산이 아니었습니다.

조그맣게 보이던 산이, 그래서 금방 정상에 닿을 것 같던 산이

사실은 엄청 큰 덩어리였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 탓에 풀이 우거지고,

어느 곳이 길인지 분간도 어려웠습니다.

 

목소리 만으로 먼저 출발한 선생님을 찾고자 했지요.

그런데 그 목소리라는 게 점점 멀어지네요.

나중에는 악을 질러도 들리지 않을만큼요.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서 산을 질러 내려오다보니

밤가시에 찔리고, 명감나무 가시에 찔리고,

길이 아닌 곳에서 줄줄 미끄러지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길을 잡아 내려오고 보니 학교가 보이네요.

더덕은 구경도 못했는데,

여기 저기 찔린 상처에

훈장처럼 나르지근한 피로감이 엄습하네요.

 

 

 

더덕을 캐려고 먼저 가셨던 선생님의 수확물이네요.

맘씨좋은 선생님 덕분에

호미 한 번 써 보지도 못했지만

똑같이 나눠가졌습니다. ㅎㅎ

 

주말에 삼겹살 구을 때 더덕구이도 함께 해 볼 참입니다.

야생 더덕도 굽고,

상추에 취나물 잎사귀를 한 두가닥 얹어

볼이 찢어져라

봄의 정취를 맛보렵니다.

벌써부터 배가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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