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90년 된 할아버지 학교입니다.
꽤 나이가 많은 학교지요?
현재 전교생은 48명, 2년 전만 해도 59명 이었답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줄어가다 보면 과연 백 살 생일을 셀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오래된 학교답게 부지가 넓습니다.
학교 옆에도 뒤에도 노는 땅이 많습니다.
탱자나무는 학교 뒤에 있습니다.
탱자나무와 어린 대나무가 체육관 앞에서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탱자꽃 사진을 찍어 보여 주었더니. 누군 그러더군요.
탱자나무에도 꽃이 피느냐고요.
탱자나무에도 이렇게나 이쁜 꽃이 핍니다.
가시박힌 그 몸 어느 곳에 이런 귀한 꽃을 숨겨 두었을까요?
순백의 다섯 장 꽃잎이 만들어내는 화음이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아직은 잎도 나지 않았는데
가시를 뚫고 나온 이 아름다운 꽃잎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김용택 시인의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선숙이네 집> 이야기에는 그 울타리
너머 굴뚝에서 연기가 난다고 하는데
요샌 탱자나무 보기가 귀해선지...
제게는 그런 추억은 없습니다.
단지 어렸을 때 할머니와 얽힌 기억은 떠오릅니다.
내 바로 밑 남동생은 눈이 자주 아팠습니다.
그 동생을 새벽에 깨워 탱자나무 울타리 가로 데리고 가서
해뜨는 방향을 보고 어찌어찌 하면 동생의 눈병이 낫게 된다는...
단순히 민간신앙이라고 무시하기에는
손자 생각하는 할머니 마음이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저리 이쁜 꽃이 피는 탱자나무가 왜 열매는 그리도 시고, 쓰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탱자를 달게 되는걸까요?
탱자는 귤, 유자와 같은 과인데, 대접은 영 다르네요. ㅎ
귤화위지 橘化爲枳 [귤 귤/화할 화/될 위/탱자 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귤이 탱자가 되다.
강남에 있는 유자를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
즉 주위 환경에 따라 사람이 변하는 것을 이를 때 쓰는 말입니다.
주위 환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경제적인 면도 있고, 주변 친구나 지인, 가족, 접하는 대상에 따른 것일수도 있을테고,
자연풍광이나 지역의 특성도 해당되겠네요.
아마도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람으로 인한 환경이겠지요.
나는 주위 사람들로 인해 탱자가 되어 가고 있는가?
귤이 되어 가고 있는가?
고민해 봐야 할 시간입니다.
'일상의 풍경 > 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전! 바지락 캐기 (0) | 2014.04.17 |
---|---|
우리 학교 명물을 소개합니다. (0) | 2014.04.17 |
보성 회천면 명교리 들녘-자운영 꽃 가득한 봄날의 명교리 (0) | 2014.04.14 |
벚꽃 날리는 날 (0) | 2014.04.11 |
갯벌과 바지락 (0) | 2014.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