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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갯벌과 바지락

이곳 율포는 바지락회가 유명한 곳입니다.

바지락을 넣은 뽀얀 국물은 술국으로도 그만이죠

비단 술꾼만이 아니라 봄이 되면 바지락 한 그릇 쯤은

먹어줘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하죠.

 

바지락을 몇 개 넣은 된장국이나,

바지락에 애호박을 넣고, 쪽파를 숭숭 썰어

고명으로 뿌린 바지락 국만 먹을 줄 알았던 제가

바지락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입니다.

 

갯뻘을 끼고 있는 섬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으로 바지락을 캐는 날이 되면

20킬로그램 정도 담겨 양이 엄청난 바지락 한 망을 통째로 사게 됩니다.

 

싱싱한 바지락을 소금물에 담가

충분히 해캄을 한 후,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입안 가득 차는 바지락을 먹는 즐거움은

먹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지요.

물은 짜지 않을 만큼만 소량을 붓고,

그렇게 우러난 국물은 세상 그 무엇보다 맛있는 보약이 됩니다.

 

그리고는 고동 까 먹듯이

솥단지째 놓고 아이들과 둘러앉아 알맹이를 빼 먹습니다.

별다른 군것질 거리가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지락은 훌륭한 간식이 되어 주었지요.

 

오늘 오후 산책길에 바지락 캐는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물때가 들어올 때라 작업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바로 바로....

여름이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는 율포 해수욕장이네요.

바지락 채취를 하는 곳이면 깃발로 경계를 표시해두는데

이곳은 그런 양식장도 아닌 곳입니다.

해수욕장이니 당연히 양식장이 되지 못하겠지요.

 

여러분!

해수욕장에서 캔 바지락 구경 좀 해 보세요.

 

그 중 한 분이 캔 바지락입니다.

심심풀이로 캤다고 하는데 그러기에는 양이 참 많습니다.

저도 이곳 회천에서 터 잡고 살아가려면

아무래도 뻘 장화라도 하나 장만해야 할까 봅니다. ㅎㅎ

호미는 이미 얻어두었거든요.

 

어두워지는 율포 앞바다를 보며

오늘 하루를 마감해 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 다가오네요.

 

 

갯벌이 참 넓지요?

우리 나라는 세계 5대 갯벌에 들어갈 정도로 갯벌이 넓다고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갯벌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지이자,

육지에서 흘러온 오염 물질의 정화작업,

해수욕이나, 갯벌 맛사지 등의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고,

홍수, 태풍 조절 기능도 합니다.

농경지보다는 100배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데

한때는 땅을 넓힌다는 이유로 무리한 간척지 사업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요.

불과 몇 십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란.......

 

 

바다는 잔잔합니다.

다들 좋은 꿈 꾸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