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입니다.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의 애끓는 심정에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이 되어 절절이 공감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입시공부에 찌든 아이들이 집떠나서 모처럼 맞는 수학여행이
이렇게나 큰 참사로 이어지다뇨?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하루 종일 우울하고, 슬프고, 망연자실한 날이었습니다.
하여 바다보러 나갔습니다.
연 이틀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 선생님의 출장으로 바다를 보지 못한터라
오늘은 생각도 정리할겸 가벼운 마음으로 간 것입니다.
그런데 바다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멀리까지 물이 빠져서 갯벌을 드러내고 있네요.
장화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농약사, 하나로마트, 율포마트, 편의점
네 곳을 뒤졌지만 장화를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 사이 동료 선생님은 집으로 호미를 가지러 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음료수를 사고 넉 장의 비니루를 얻어 나눠 신은 채
갯벌로 들어갔습니다.
주위에는 이미 바지락을 캐고 철수하는 아주머니들만 두엇 있을 뿐,
바다는 온통 우리 차지였습니다.
사람은 둘, 호미는 하나
돌아가며 바지락을 캐 보기로 하였습니다.
바지락을 캐는 게 아니라 구덩이를 파고 있는 제 동료 선생님입니다. ㅋㅋㅋ
결국 우리는 거의 한 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바지락을 캐는 데 성공했습니다.
한 번 보실랍니까?
저 커다란 조개는 '떡조개'라고 한답니다.
열 개의 조개 중 그나마 두 개는 뻘이었다고
오늘 아침 바지락국을 맛나게 먹었다고 인사하는 동료 선생님이 말합니다.
어둠이 짙어지고, 물은 점차 들어오고 있는데
구덩이만 파고 있는 우리가 안되어 보였던지 숭어잡는 그물을 치던 아저씨가
참견을 합니다.
바지락 캐는 법도 가르쳐주고,
어디로 가면 많이 캘 수 있는지도 알려줍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를 보고 과감히 '멍청하다'는 멘트도 날려주십니다. ㅠㅠ
멀리 보이는 저 분이 그 분입니다.
이렇게 길게 그물을 설치해 두면
밀물따라 뛰던 숭어떼가 오도가도 못하고
그물에 걸리는 모양입니다.
오늘 오면 숭어 몇 마리를 남겨두었다가 주신다고 했었는데
내리는 비에 오늘은 못 가고 말았습니다. ㅠㅠ
이렇게 블러그에 글 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 아저씨,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ㅋ
그새 율포앞바다에서 어둠이 내립니다.
횟집 불빛들이 꽤나 근사한 풍광을 만들어냅니다.
다비치 콘도 앞 의자에 앉아 준비해간 간식을 꺼내먹고 있는데
열이레 보름달이 동쪽하늘에 떠오릅니다.
바다에 빠진 달입니다.
어느 것이 달이고, 어느 것이 가로등일까요?
저 달도 대한민국이 슬픈 걸 알고 울었을까요?
유난히 붉은 달이네요.
꽃다운 나이에 희생당한 아이들이 시신이나마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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