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를 산책하다가 신기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아직은 바람이 찬 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쉴새없이 뜰채로 뭔가를 건지고 있습니다.
한참을 들여다 보지만, 멀리서 보는 제 눈에는 헛손질로만 보이네요.
뭘 잡는 걸까요?
시라시를 아시나요?
작은 민물장어 치어를 이르는 말입니다.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쓰는 건데
물이 조금씩 들어올 때
민물장어의 작은 새끼들이 파도와 함께 밀려들고
실처럼 가느다란 그걸 잡고자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겁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봄이 시작되는 길목,
3월 말쯤에 잠깐 잡는 모양입니다.
불빛을 보고 모여드는 치어를 잡고자
밧데리까지 준비하여 이렇게 환한 불빛을 준비합니다.
뜰채의 크기도 참 크지요.
이 분은 아예 헤드랜턴을 썼습니다.
사다리에 앉아서 잡는 분,
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서 잡는 분
가슴까지 오는 방수복을 입고 들어가서 물 속 여기저기를 뜨는 분
잡는 방법도 모습도 가지가지랍니다.
작년에는 시세가 좋아 작은 치어 한 마리에 8,000원까지 갔다는데
올해는 단 돈 500원이라네요.
대신 올해는 작년보다 넉넉한 양이 잡힌다고 하는군요.
어느 누구는 하룻밤새 500마리를 잡았다는 신화가 전해지기도 하니
새벽 두 세시까지 이어지는
요런 강행군도 해 볼만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어렵게 계단을 내려가서
잡아논 치어를 찍고자 했으나, 소량에다
빨간 대야에 불빛이 반사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네요.
그래도 눈 밝은 사람은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직은 낯선 곳, 낯선 문화가 주는 신기함에
오늘은 배부른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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