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풍경/햇빛고을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2022. 7. 9~10

 

광양읍에 있는 전라남도 도립미술관에 갔다.

이곳은 내게 익숙한 곳이다.

오래 전 이곳은 서울과 부산으로 가는 광양역이 있던 자리다.

기차에서 화물이 내려 어깨에 짐을 져 나르던 대한통운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큰 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작은 외삼촌은 그곳에 다녔다.

아버지는 힘이 없어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게 버거웠는데도 큰 아버지가 

대한통운 반장이라서 특별히 들어간 것으로 기억한다.

그조차 오래하지는 못했지만.

 

오래 묵혀 놓았던 그 곳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그 앞 광양시에 운영하는 예술 창고 카페가 있던 곳은 연탄 공장이었다.

겨울이면 뱅글뱅글 구공탄이 만들어졌다.

서민들의 난방이 되어 주던 연탄.

그러나 엄마는 이곳에서 나는 연탄보다는 여수나 삼천포에서 나는 연탄을 좋아했어.

오래 타고, 냄새도 덜 난다고.

한 겨울, 연탄을 삼백 장쯤 들여 놓으면 부자가 된 기분이었어.

그런 일은 어쩌다 있는 일.

여유가 없을 때는 사정사정해서 겨우 50장씩을 들이곤 했어.

엄마 혼자서 살림을 꾸려 가기에는 자식은 너무 많았어.

아버지는 버는 족족 술 값으로 다 나갔어.

아득한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도 흘렀구나.

 

근사한 미술관을 들어서면 왼편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2021 기증작품 특별전 : 시작>은 전남도립미술관이 그동안 기증받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기증은 공립미술관의 한정적인 구입 예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소장품의 가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다.

여기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49점의 작품을 기증받았다.

 

이번 전시는 그중 김정헌과 송향선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정헌은 한국 민중미술의 대표 화가로 1980년대 민주주의의 열망을 작품에 가감없이 표현하여 민중 미술의 역사를 이끌었다.

가람화랑 송향선 대표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인사동에서 한국 근현대미술 전문 화랑인 가람화랑을 운영하며

다양한 작품을 미술 애호가와 관람객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두 분을 모른다.

그러나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오숙환 작가의 <구름 끝자락>

 

이인 작가의 <색색풍경>

 

조순호 작가의 <날지 않는 새>

 

송창 작가의 <금강산 가던 철길>, < 식을 수 없는 강>

 

송창 작가의 <임진교각>

 

김정헌 작가의 <정치, 종교, 경제>

김정헌의 <정치, 종교, 경제>는

낫과 호미 등을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몽타주 기법으로

기업의 로고는 콜라주 형식으로

긴 사설을 써 넣는 등 다양한 표현 방식이 도드라진다.

작품은 당시에 세상을 움직인 거대한 실체를 대형평면에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작가는 현대 사회 문제를 패어디 형식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작품 설명서에서 발췌)

 

1층 로비 입구

 

 

지하의 어린이 미술관

 

 

 

잉카 소니바레의 작품

이번 미술관 전시물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수없는 짐을 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을 나타낸 것일까.

그냥 보고 있어도 고달프게 느껴져서 똑같이 폼을 따라하며 사진 찍었다.

 

 

유벅 작가의 <사유반가상>

위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벌레가 좋아하는 안료를 바르고 떼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반가사유상 같아서 붙인 이름이란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나방과 하루살이가 붙어있다.

조금.......끔찍하다.

 

 

 

 

 

박수자 작가의 작품

한복 윗저고리 같은 모습을 하고 검은 긴 머리를 내려뜨린 여인이 분주한 거리에서 가만히 서 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세계 8개 도시에서 비디오 아트로 표현한 작품.

인도는 대놓고 뒤를 보면서까지 쳐다보고

어느 도시는 아주 무심한 사람들이 보였어.

 

지난 주에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에 <방구석 미술관>의 조원재 작가가 박수자의 이 작품을 보러

도립미술관을 들러 왔다고 했었다.

이름도 몰랐던 작가의 작품이 비로소 의미를 가지고 내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눈여겨 보았다.

 

 

 

 

 

윤재우 작가의 <자화상>

 

한쪽에 윤재우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윤재우는 전남 강진 태생을 40년 간의 교직 생활 중에 매년 국전에 작품을 출품하여

17번의 입선과 4번의 특성은 차지한 작가이다.

미술 교사로 시작하여 장학사, 교감, 교장을 역임하여 교육자로서의 충실한 삶을 살았다.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스스로를 '밤의 화가'로 칭하며 퇴근 후 밤 시간을 활용하여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갔다.

 

윤재우 화가가 아내를 그린 것이라 한다.

 

 

특히 색채가 아름다웠다.

여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리만치 빽빽히 공간을 차지한 사물.

그런데도 혼란스럽지 않고 아름다웠다.

보는 재미가 있었다.

 

 

 

 

 

 

윤재우는 말년으로 갈수록 뚜렷한 윤곽선과 화려한 색채, 평면성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정형화시킨다.

이러한 특징은 1996년 개인 화실을 역삼동의 Y화실로 옮기면서 보다 뚜렷해진다.

2005년 작고 전까지 100호가 넘은 대작과 

다양한 누드,

정물화를 그렸다.

누드화는 굵은 윤곽선에 의한 색면 분할, 화려한 색채와 조화를 이루는 장식적 요소가 더해져

그가 좋아했던 앙리 마티스의 회화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윤재우는 단순 명쾌하면서도 조화로운 구성 작품을 지향하였으며 말년에 들어 특유의 조형미와

색채미가 더해진 회화 양식을 정립하였다.(벽면의 소개 글에서 옮김)

 

 

 

 

<이른 가을의 목포항> 그런데 작품 옆에 붙은 소개란에는 <조춘의 목포항>이라고 되어 있다. 영어로 <Mokpo Harbor in Early Autumn> 를 번역하면 봄이 아니라 가을의 목포항이 맞다. 이른 봄을 꼭 조춘이라는 말로 표현해야 했는지.....우리 말 사랑이 아쉽다.

 

 

 

 

 

 

 

 

 

 

 

넓고 쾌적한 도립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다.

가까이 있어 좋은 이곳을 자주 들러보리라, 눈호강시켜 주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