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채 못 되었을 때 전임지에서 모셨던 교장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다.
올 2월에 퇴직하신 분인데, 전화 한 통 못한지라 조금은 미안했다.
"6월 10일 금요일 저녁에 시간 되나요?"
막상 목소리 들으니 미안한 마음보다는 반가운 마음이 훨씬 컸다.
알고 보니 그때의 동료 몇 명이 정년퇴임식 축하 파티를 해 줬고
그 일이 고마웠던 교장 선생님은 나까지 일박 이일의 여수 여행에 끼워 주신 거였다.
그 교장 선생님의 회갑에 2단 케익을 맞춰 조촐하게 회갑연을 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고마움을 기억하여 나까지 초대한 거다.
저녁을 먹고 이번에 새로 입주한 교장 선생님의 새 아파트 35층에 들어섰다.
야경이 눈부셨지만 11층 이상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나는 살짝 멀미가 났다.
레지던스 모양의 긴 복도를 지나면 양쪽으로 방이 있고, 거실은 2면이 통창으로 바다가 훤히 보였다.
아파트라기보다는 어느 멋진 펜션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우리가 묵을 숙소는 디오션 리조트였다.
교장 선생님 댁에서 챙겨온 와인을 한 잔씩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돌봄 전담사와 조리실무사님만 그 학교에 그대로 근무하고 벌교로 고흥으로 여수로, 광양으로 지금은
다 뿔뿔이 흩어져 근무지가 다른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새로웠다.
학교는 4년만 지나면 더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3년 전 인연이 한 자리에 모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것도 직종이 다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가 잘 살아왔기에 가능한 일이라서 한 편으로 뿌듯했다.
아침을 가볍게 먹고는 여수 웅천 예울마루 앞 장도로 놀러갔다.
이곳은 물이 빠지면 건널 수 없는 곳인데 마침 이제 막 물이 빠지는 중이라서 건널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한가롭게 사진 찍고 산책하며 돌기 참 좋은 섬이었다.
전시회를 구경하고 나오는 길.
센스있게 삼각대를 챙겨온 선생님 한 분이 있어 우리끼리 재미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전시회 직원 한 분이 와서 찍어 주겠단다.
연령대도, 직책도 다 다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이렇게 소녀가 된다.
6학급의 작은 학교에서 만난 인연이 이어진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시청 앞 <라이라이>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 7월 모임을 기약하면서.
'일상의 풍경 > 일상의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성 미실란에서 김탁환 작가와 함께 (0) | 2022.06.19 |
---|---|
조문 (0) | 2022.06.16 |
광주읍성의 흔적을 찾아서 (0) | 2022.05.30 |
여수예울마루에서 <레베카>를 보았다 (0) | 2022.04.17 |
20210818 이사 (0) | 202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