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도 다이어트가 필요한데 사람 좋아하는 나로서는 하기 힘든 일 중의 하나다.
이번에도 새로운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일 년에 회비 만 원만 내면 무려 3번이나 답사를 시켜준다는 데.
게다가 아주아주 친절하고 박식한 선생님이 재능기부로 일일이 설명까지 해 주시는데
어떻게 이런 모임에 가입을 안 할 수가 있냐구. ㅎ
하여 덜컥 가입하게 된 '남도 답사 연구회'
광주에서 퇴직하신 수석 선생님 세 분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단체이다.
국사 선생님이시기에 신문에 글을 연재할 정도의 실력있는 분들이다.
우연하게 작년 고흥 답사에서 이 분들을 알게 된 후 회원 권유를 받아 가입하게 되었다.
2022년 5월 27일 토요일은 첫 답사일.
이번엔 광주읍성의 흔적을 찾아서
10시 반부터 광주 충장 우체국에서 만나 2시간동안 진행되었다.
하필 어제 형제간들 모임에서 먹은 게 잘못되었는지 밤새 토사곽란에 시달리다가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컨디션은 엉망이었지만 배우는 즐거움이 있었다.
충장로에 오랜만에 갔다.
변함없이 자리는 지키는 건 충장 우체국과 궁전제과 뿐,
즐겨가던 삼양백화점도 삼복서점도 흔적없이 사라졌다.
너무 오랜만에 간 곳이라서 감회가 새로웠다.
지저분한 데가 많아서 눈쌀이 찌푸려졌지만 밤의 조명이 불 밝히면 또 새롭게 보일 것이다.
비어있는 점포도 많았다.
주차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구도심의 한계일 것이다.
뭔가 설명을 많이 들었는데 머리에 남은 지식이 없다.
전문적인 설명인 데다가 한 번 들으면 기억할 정도의 두뇌는 20대가 지나자 사라져 버린 능력이기에.
광주읍성은 왜구가 극성을 부리던 고려시대 우왕 사오 년 무렵에 처음 쌓았고 조선시대에 몇 차례 보수 개축되었다. 한말과 일제감점기인 1908년과 1918년 사이에 일본군에 의해 철거되었다.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을 조성하면서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발굴, 조사하였고, 성벽을 이루고 있던 성들을 해체 보관해 오다가 2014년 일부 구간을 원형대로 복원하였다.
홍남순 변호사 가옥은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재야 민주인사들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토론과 회의를 진행했던 장소이며 구속자 석방 논의, 관련 문건 작성 등을 했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홍 변호사는 5.18광주민중항쟁 과정에서 수습대책위원으로 민간인 학살의 폭거에 항의하여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로 인해 중형을 선고받았다. 5.18 구속자 협의회 회장과 5.18광주민중혁명 희생자 위령탑 건립 및 기념 사업 범국민운동 추진 위원장 직을 맡아 5.18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활동을 주도하였다.(위 표지석에서 옮김)
광주 충장로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대학을 다니면서 4년동안 산 것을 빼고는 살아본 적이 없어서 방향 감각도 역사적 사실에도 둔했다. 무엇보다 날씨는 덥고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은 열심히 찍었다. 숨어 있는 표지석과 5.18의 역사적 현장을 가 본 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답사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광주읍성과 5.18의 흔적들. 그곳은 단지 스쳐가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함께 간 지인들과 <꽃 피는 춘삼월> 카페에 들렀다.
청원 모밀에서 온 모밀 한 그릇을 하고 온 참이라 배는 불렀지만 이 아름다운 찻잔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정성 담긴 배즙 한 잔이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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