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고흥 끝 쑥섬에 다녀왔다.
그때 사진을 올려두기는 했으나, 등록하지 않은 채 둔 쑥섬 이야기를 포스팅한다.
아프고 힘들었던 2020년이 이제 3일 남았다.
내년에는 부디 올해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코로나도 물러가고 경제도 서민의 삶도, 학교 현장도 올해보다는 나아지기를 기대해본다.
더불어 거미줄 처 진 블러그도 새 단장할 것이다.
나로도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면 단 2분만에 닿게 되는 섬. 쑥섬.
한 시간에 한 번 쯤의 배가 운행하는데 수영 잘하는 사람은 바로 가도 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섬이다
지난 주말(11월 초), 친구들 몇과 이 곳을 찾았다.
전날 밤 고흥 입구에 있는 관사에서 잤지만 이곳까지 가려면 55키로.
무려 한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고흥 반도 끝에서 배를 타야 하기에 먼 거리기는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할 만큼 아름다운 섬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기에 10시 배를 탈 수 있었다.
배 타기 20분전에 이곳에 가면, 쑥섬지기라는 이름표를 단 분이
쑥섬의 유래와 개방 배경, 주의사항 등을 설명해준다.
현재 14가구 약 20명의 섬 주민이 살고 있는데
400년만에 마을 뒷산을 개방하여 관광객을 받고 있다.
배는 선실은 물론이고 바깥에도 쑥섬이라고 이쁘게 꾸며져있다.
사진 찍으면 아주 이쁘게 나온다.
섬 특유의 돌담이 정겹다.
쑥섬은 다도해를 낀 풍광도 아름답지만 단연 돋보이는 건 정겨운 표지판.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말하는 것처럼 익숙한 구어체로 설명하여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했다.
다른 어느 곳보다 표지판이 잘 정돈되어 있다.
갈매기 조형물 안의 무인 카페.
간단한 차와 음료를 마시고 알아서 돈을 넣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이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난대림의 특이한 나무들이 숲을 가득채우고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만큼 빽빽한 나무들이 바로 마을 뒷산에 펼쳐져 있다.
흡사 가슴을 닮은 나무. ㅎㅎ
벼락맞은 팽나무
저는 2017년 8월에 벼락을 맞았습니다.
500년 정도 살아야 할 나무가 300년 만에 죽었습니다.
더 멋진 모습을 모여드리고 싶었지만,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저의 웅장하고 늠름한 모습을 기억해 주세요.
저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기억되면서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좋은 일이 있도록 응원할게요^^
짧은 난대숲길을 지나고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
멀리 초도와 거문도 등이 보인다고 한다.
산정상부근에는 평평한 분지가 있어 꽃밭이 가꾸어져 있다.
봄이라면 더 많은 꽃이 피어 있을텐데.
가을이라 그 수가 줄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여기는 정말 아름다운 꽃밭이었다.
우리 친구들은 감탄을 거듭하고 사진을 찍고 또 직었다.
눈으로 보는 게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봄에는 더 많은 꽃이 피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갔던 가을 끝자락에는 약 33종의 꽃이 피어있다고 배 타는 선착장에서 만난 가이드가 말해주었다.
금잔화, 핫립세이지, 천일홍 등이 한창이다.
쑥섬 정상(해발 83미터)
에베레스트 8848미터
한라산 2750미터
한라산 1950미터
별 차이가 없군요.
얼마나 센스 넘치는 문구인가.
아마 이 글씨가 인쇄되어 쓰여 있었더라면 이런 감동을 자아내기 힘들었을게다.
손글씨로 나무 팻말에 쓰인 글이라서 더 정겹다.
그러고보면 쑥섬의 가장 큰 매력은 아기자기하게 쓰인 안내 간판일 것이다.
스토리텔링으로 재미나게 나무를 설명하거나
키맞춰 정원을 조성한 것도 아주 좋았다.
스토리텔링이 대세라는 것을 실감했다.
남들은 한시간이면 본다는 쑥섬을 우리는 무려 3시간을 둘러 보았다.
입간판 하나하나 다 보고 풍광 좋은 곳에서는 원없이 사진 찍고
멀리 등대까지 내려 갔다 왔더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돌아오는 길, 입구에서 파는 톳 가루를 만원씩에 사서 나눠 가졌다.
한적한 섬 여행으로 행복한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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