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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

구례 화엄사 연기암 가는 길

30분만 달리면 이런 좋은 절이, 숲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지난 주말 친구 둘과 언제 가도 좋은 숲길 구례 화엄사 암자 중 하나인 연기암을 다녀왔다.

화엄사는 순천 정혜사, 광주 무량사, 구례 천은사, 연곡사, 사성암 등 많은 말사를 거느린 대찰이다.

절 내에는 화엄사 쌍사자석등, 각황전 앞의 석등, 괘불 탱화 등 4점의 국보를 가지고 있다.

 

화엄사 정문에서 작은 다리를 지나면 다향찻집이 보이고 그 옆길이 연기암 1코스 출발점이다.

연기암으로 가는 코스는 두 가지

차를 가지고 오를 수 있는 편도 3.9키로의 연기암 2코스와

모자를 쓰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 작은 숲길 편도 2키로의 1코스가 있다.

우리같은 뚜벅이들은 온 몸으로 자연과 하나되는 연기암 1코스가 최고이다.

 

 

처음 연기암을 찾았을 때 길을 잘 못찾아 2코스로 간 적이 있다.

그 길 역시 포장되지 않아 걷기에도 좋고 군데군데 화엄사의 암자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편안한 길이었으나 간간이 차가 지나 다니는 바람에 1코스가 주는 편안함이 없었다.

더구나 가뭄 때라서 차 한 대 지나고 나면 어찌나 먼지가 나는지 건강이 좋아지긴 커녕 나빠질 것만 같았다.

 

산길이긴 하지만 완만한 오르막이라서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고도 편하게 오를 수 있는 1코스가 좋다.

 

 

 

 

이 아름다운 연둣빛 세상은 황홀하다.

완만한 경사로라서 쉬엄쉬엄 오른다.

두 사람 정도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어은교 아래 자리를 잡고 이 깨끗한 물에 발 담근 채 간식을 먹는다.

밤호박과 달걀, 사진에는 없지만 산에서 뜯은 쑥으로 만든 쑥개떡, 그리고 과일 몇 알.

신선이 따로 없다.

 

 

 

 

숲길을 한 시간쯤 오르면 문수보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산 꼭대기 이 큰 불상이 필요할까 싶기도 하지만 문수보살까지는 자연과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난 이번에 처음 보았지만 몇 년 전에 생겼다고 하는 마니차는 좀 뜬끔없다.

글을 읽지 못하는 중생들이 '옴마니 반메홈'을 외우며 마니차를 돌리면

불교 경전을 읽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고 한다.

둘레 4미터, 높이 10.5미터의 최대 크기의 마니차가 섬진강과 지리산을 내려다보는 이곳에 꼭 세워져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좋은 풍경을 망치고 있는 듯 눈쌀이 찌푸려졌다.

 

그래도 이곳이 있어서 위안이다.

유일하게 단청을 칠하지 않은 관음전.

연기암의 가장 끝에 숨어 있어서 안 가본 사람도 많다.

사진 속 내 친구가 그러는 것처럼 저 돌에 앉아 건너편 산 능성이를 바라다보면

편안하고 좋다.

연기암에 오르고 싶었던 건 바로 이곳 관음전 앞 마당에 앉아보고 싶었기 때문.

 

 

 

 

 

 

 

 

 

 

 

 

 

강원도의 산처럼 억센 기운없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저 능선은 바로 지리산.

연기암에서 5키로쯤 더 가면 노고단에 이르는 길이 있다.

아주 오래 전 대학 다닐 때 한 번 내려와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노고단까지 차가 다니는지라 전문 산악인들이나 찾는 길이다.

어머니의 편안한 품처럼 부드러운 지리산 능선을 보는 것 만으로도 편안하다.

 

 

 

연기암의 또 다른 명물

'흰구름 가는 길' 찻집이다.

연기암 입구에 바로 있다.

창밖의 녹음을 내려다보며 커피와 눈꽃빙수를 먹는다.

눈꽃빙수는 맛은 있지만 양은 그 가격(9천원)에 비해 아주아주 적다.

시간이 없는사람은 차로 휭 왔다가 이곳에서 차 한 잔만 마시고 가도 좋겠다.

 

올해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 년에 한 번쯤은 해외여행 하면서 우의를 다지기로 오래된 친구들과 합의했는데

그 합의가 무색할 정도로 코로나는 아직도 ING중이다.

아이들 개학 하면서 파김치가 된 내 두 친구와 간만에 힐링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