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서울을 다녀오면서 뜻하지 않게 창덕궁을 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창덕궁 달빛기행을 신청했다가 일정이 안 맞아 취소하면서
창덕궁은 나에게 가 보지 않은 궁궐로 남았다.
경복궁은 우리 나라 최고의 궁궐이기도 하고 아이들 수학여행 코스에 빠지지 않는지라
여러 번 갈 기회가 있었고
덕수궁은 '덕수궁 돌담길' 노래로 인한 환상으로 젊어서 다녀온 기억이 있다.
작년에 딸아이가 인터넷 예매를 신청한 덕분에 덕수궁 석조전 내부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창덕궁은 이번에야 가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읽던 동화책에는 창경궁의 동물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병원 진료를 마치고 별다른 이동수단 없이도 들를 수 있는 창경궁을 먼저 보고 창덕궁을 갔는데
숲이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은 창덕궁을 먼저 포스팅 해 본다.
창덕궁은 아름답고 넓은 후원으로 다른 궁궐보다 왕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들어가는 입구로 이렇게 좋다.
바로 옆에는 대학로가 있고, 정치 1번지라는 종로 땅인데 한 걸음만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이 서울이 맞나
싶은 정도로 별천지가 펼쳐진다.
조선-대한제국시대의 궁궐 중 하나로 1997년 조선 5대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
1404년 조선의 3대 임금인 태종이 한양 재천도를 위해 건립한 궁궐이니 600이 넘은 오래된 궁궐이다.
조선 전기에는 정궁 경복궁에 이은 제 2의 궁궐 역할을 하였으나 경복궁이 화재로 소실된 이후로는
법궁 겸 정궁의 역할을 하였다.
조선 건국부터 그 멸망까지 조선시대 내내 존재했던 유일한 궁궐이며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조선의 정궁이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그 대한제국 황족인 순정효황후, 영친왕, 이방자 여사, 덕혜옹주 들이
거주하였다 하니 실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궁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2010년 5월 1일자로 후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면 자유 관람으로 바뀌었으나 후원은 정해진 시간에
해설사를 동행하여 약 100명의 일정한 인원만 입장시켰다.
10시부터 시작되는 후원관람은 여름철에는 한 시간에 한 번으로 오후 4시까지 제한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자유방문이 가능했기에 예약 없이도 방문하게 되었다.
미운 코로나 득을 볼 때도 있네. ㅎㅎ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골짜기마다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곳이 첫번째 정원 부용지와 주합루다.
이곳은 두번째 정원 애련지와 의두합이다.
애련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꽃이 피었는데 절정이 되려면 좀 기다려야겠다.
궁궐이라선지 풍경 좋은 곳의 정자가 많기도 하고, 한자투의 이름이라 어렵기도 하여
입에 달라붙는 맛이 없다.
한글 세대인 지금의 시각이 아니고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리라.
연두빛 초록이 너무나 좋은 이곳은 존덕정이 있는 존덕지이다.
초록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나무는 애기단풍과 느티나무, 떡갈나무 등의 활엽수가 대부분이다.
단풍이 물드는 11월이 되면 인터넷 예매를 광속으로 해야 올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존덕정이 있는 정자 쪽에서 바라보면 한반도 지형모습이라고 한다.
500년 쯤 되는 은행나무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이곳에서 딸과 한참을 쉬었다.
우리나라에서 정자가 가장 많은 곳은 창덕궁이다.
무려 13개의 정자가 모여 있는데 그 중 가장 정교하고 특이하게 지은 정자가 바로 이곳 존덕정이다.
정자의 절반이 물위에 있기도 하고, 굵은 기둥 6개로 육모 지붕의 건물을 세우고,
밖으로 가는 기둥 3개를 세운 후, 기와을 얹었는데
그 기와 역시 겹으로 올려 겹지붕을 만든 것이 이색적이다.
이곳은 옥류천 주변으로 소요정, 청의정, 태극정 등의 아담한 정자가 있는 곳이다.
경주에도 사대부들이 술잔을 띄워 놓고 풍류를 즐겼던 포석정이 있는 것처럼
이곳도 물길을 인위적을 휘돌게 만들어 놓았다.
초가지붕을 얹은 정자다.
그 아래에는 모내기를 해 두었고, 아래 사진에 보면 모판의 벼들이 있다.
후원은 원래 왕과 왕실 가족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왕이 주관하는 여러 가지 야외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했다.
조선 초기에는 왕이 참석하는 군사 훈련이 자주 실시되었고,
활쏘기 행사도 열렸으며,
대비를 모시는 잔치나 종친 혹은 신하를 위로라는 잔치도 베풀어졌다.
또한 왕은 후원의 가장 안쪽인 옥류천에 곡식을 심고 길러 농사의 어려움을 체험하였고,
왕비는 친히 누에를 쳐서 양잠을 장려하였다고 한다
동행한 딸이 말하기를 어느 해 가을, 구경을 왔더니 마침 벼를 베어 수확한 날이더란다.
그 수확물로 떡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고루 나누어주어 맛나게 먹었다고 한다.
떡 맛이 궁금한 사람들은 올 가을 가 볼 일이다. ㅎㅎ
초가 지붕을 얹은 청의정 이다.
검색하다가 재미난 기사를 발견했다.
문화재청 창덕궁관리소는 2009년 11월 24일 현대건설과 청의정 지붕 이엉 잇기 행사를 시행했다.
올해로 네 번째인 이번 행사는 궁궐 내에 남아 있는 유일한 초가인 청의정 지붕을 새로운 짚으로 엮어 얹는 이엉 잇기를 재현한 것으로 예전 모습을 재현했다.
이에 이엉 잇기와 더불어 전통방식의 벼를 훓는 농기구인 홀태를 이용한 탈곡과 새끼꼬기,
달걀꾸러미 만들기, 멍석짜기 등 짚으로 만드는 소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올해 5월 25일자 또 다른 신문에서는 옥류천 청의정에서 열린 모내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모를 심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보인다.
참가자는 위 아래 흰 한복(일복)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주황색 긴 장화를 신고, 머리에는 흰 띠를 두른
남자 6명이 모를 심고 있는 모습이다.
후원은 창덕궁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가끔 호랑이가 나타나기도 했을 정도로 깊다고 한다.
계획에 없이 우연하게 들른 창덕궁 후원을 천천히 감탄하면서 걸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왕이 살던 인정전이나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 등을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나오고 말았다.
창덕궁을 나와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창덕궁의 사계가 책으로 엮어진 사진을 보았다.
타오르는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도 멋졌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눈내리는 날의 후원 풍경이었다.
운좋게 그 날을 만난다면 오늘처럼 천천히 고요에 싸인 후원을 거닐면서
오래 전 왕들의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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