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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김광석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관람기



뮤지컬을 보러 갔다.

늘 가던 여수 예울마루가 아니라 순천문화예술회관으로.

지금껏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올 들어 여러 번 이곳을 갔다.

정태춘 박은옥의 콘서트도 보러 갔고, 윤동주 선생의 뮤지컬 '별을 쏘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늦게 서두른 바람에 자리는 좋지않다는

늘 우리에게 공연 보러 가자고 말하고,

티켓을 예매해는 언니 Y의 이야기를 듣고 갔으나, 가서 보니 구석이어서 그렇지 맨 앞자리였다.

순천문화예술회관이야 관람석이 많지 않은 아담한 곳이라 구석이라 해서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다리도 뻗을 수 있고, 배우들의 땀방울도 볼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좋은 자리였다.



본 공연은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의 하나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관하여 전국의 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당연하게도 공연은 사업비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받아 진행된다.


2012년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서 초연된 이후 오직 음악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인한 입소문만으로 

13만명의 누적관객을 기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운 스테디셀러 공연이다.

공연은 편곡을 거의 하지 않고 일렉트릭, 베이스기타, 키보드, 퍼커션 등으로 단순하게 이루어져

김광석 노래 원곡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공연이라고 한다.



등장인물은 사진에 나오는 6명이 전부이다.

 김광석 노래를 거의 김광석과 비슷한 목소리로 부르는 '박형규'

노래 진짜 잘한다. 멋진 분이다.

그는 제18회 MBC대학가요제에서 '바람'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대상을 받은 극중 '풍세'역을 연기한다.

최고의 대학생활을 보냈으나 달라진 음반시장에 적응하지 못해

시련과 고난의 시간을 보내는 역할이다.

'최고은' 역의 황려진

대학 때 학생회장 출신의 운동권 학생, 그리고 '바람' 밴드의 퍼커션 담당

졸업 후 지방 방송국 PD역할을 하며,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며

변함없이 풍세의 옆 자리를 지키는 역이다.


'백은영' 역의 언희

'바람'동아리의 건반 담당이다. 유쾌하고 즐겁게, 그리고 졸업 후 '김상백'과 결혼 해

직장생활하면서 남편과 육아문제로 티격태격하며 생활연기를 펼치는 백은영 역이다.


 

'김상백' 역의 박두성

학교 다닐 때는 속없이 그저 허허실실역할.

그러나 졸업 후 백은영과 결혼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청춘을 노래하던 그 시절을 잊고

생활인, 회사원, 백은영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김상백을 연기한다.


그리고 위 사진의 맨 오른쪽에 선 '만능맨' 역의 박신후

공연의 시작에서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할 때부터 웃음을 빵 터지게 만든 장본인이다. 나는 이런 유쾌한 극을 좋아한다. 머리 쓰지 않고 적당히 낄낄거리며 볼 수 있는 유쾌한 극. 공연 처음에 만능맨의 다국적 인사가 나올 때부터 나는 이 공연이 무척 즐거운 공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했다. 때로는 밴드 동아리를 아끼는 경비 아저씨로, 때로는 수익창출을 최대로 목적으로 둔 악덕 엔터테인먼트 사장으로, 또 때로는 홍영후의 아버지역으로, 또 마지막에는 콘서트 사회자 역할로....여러 번 옷을 바꿔 입으며 극의 감초 역할을 한다.



공연은 중간에 인터미션도 없이 이어졌다.

2시간 반이 걸려 공연이 끝났고, 이어지는 앵콜요청에 사진도 찍어도 좋다, 비디오로 촬영해도 된다는 멘트와 함께 무려 15분을 더했다. 즉 총 공연 시간이 2시간 45분이나 되었다.

7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이 10시 15분에 끝났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요금은 2만원.

아주 저렴한 값에 이런 좋은 공연을 보다니. 횡재한 기분이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관객과 어우러진 마무리는 더 좋았다.

극의 마지막에 풍세는 대학 동아리방을 찾게 되며 그곳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소주를 나눠마시며 김광석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경비원 아저씨로 부터 듣게 된다. 그런데 그 노래의 작사 작곡이 김목경씨라서 놀랐다. 김목경씨는 내가 즐겨부르는 '부르지마' 노래의 작사, 작곡자. 우리나라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처연한 노래의 작사, 작곡도 여러 곡 했었구나, 새로운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연극 마지막에 관객과 소통 시간이 있었다. 실제 소주를 따서 마시는데 관객 중 술 좋아하는 사람은 올라오라는 사회자의 멘트에 따라 연향동 사시는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용감하게 올라가셨다. 즉석에서 소주 석 잔을 받아마셨는데 멀티맨 박신후 씨와의 오가는 정담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보는 연극에서 '참여하는 연극'의 일부였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함께 공연을 보고, 방학이면 함께 여행을 다니는 언니들과의 만남이 어느새 15년이 되어간다.

한 학교에서 동료로 만났다가 다른 학교로 발령나면 잊혀진 채 살아가기 쉬운 교직사회에서

이 언니들과의 만남은 축복이라 생각한다.

나보다 연장자가 많은 모임이기에 이미 퇴직한 언니들도 벌써 넷이나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보는 사이, 언니 없는 내게는 친언니 이상으로 다정한 사람들이다.

함께 공연을 보고,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고, 맛있는 걸 먹으러 몰려다니고. . .

그러면서 40대의 나날을 건너왔고, 50대를 건너는 중이다.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언제나 정답이다.

언제나 건강하기, 오래오래 얼굴 보기

그것만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