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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발길이 머무는 곳

진도교육지원청 1층에는 갤러리가 있다

 지난 7월말경 진도교육청에 갈 일이 있었다.

일반적인 교육지원청의 모습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시청이나 도청처럼 입구에서부터 공간이 널찍널찍해서 보기좋았다.

무엇보다 일층에 다른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한 갤러리가 있어서

눈을 사로잡았다.


갤러리 한 쪽에는 카페도 있다.

장애인 학생 한 명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커피와 음료를 내려준다고 했다.

이 교육지원청이 새로이 터를 잡아 이곳으로 이사한 지는 3년 정도.

카페까지 생겨 차까지 마실 수 있게 되니 연수받으러 오는 선생님들이 잘 활용한다고 한다.

물론 음료나 커피값는 무료.

몇 군데 교육지원청을 다녀봤지만 시설이나 규모, 서비스 면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다.


 갤러리의 작품 수준도 최고였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수준높은 작품, 그리고 귀에 익는 작가가 많았다.

한쪽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참 좋았다.

<서풍이 갑자기 불어 꽃은 날리는데

스스로 가고 오는 것을 몇 번이나 했는가?>

기사년 봄 지산서국민학교를 위하여 지력산방 남창하 월촌선생이 1989년에 그린 그림이다.


 

<교학상장: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한다>

맑은 마음으로 진도교육장을 위하여 쓰다.

임오년 중추절 고산 김민재선생이 2002년에 쓴 글씨이다.


 옥산 김옥진 선생의 1982년 작품



 

남농 허건 선생의 1971년 작품.

소나무 가지가 힘있다.

<푸른 수염 무쇠발톱 드날리려 하는데

사람 집의 기둥 들보 되기를 허락할까>

1971년 신해년 봄 제14회 군민행사 축하를 위해 짓다.

운림산방인 남농.




 

 

<키가 큰 소나무는 천 년을 장수하고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송백의 왕성함을 안다>

경신년 봄날 임농 선생님 1980년에 그린 그림.

임농 선생은 남농 선생의 10여명 제자 중 마지막 제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술은 깨고 서쪽 망루에 달은 기울고저 하느데

창에 가득 맑은 그림자 달아나는 가을 뱀 같구나.>


의제 허백련 선생의 1950년대 제작으로 추정되는 작품.

의제 허백련 선생은 진도읍 쌍정리 출생으로

운림산방에서 미산 허형의 문하생임

한시와 고전화론에 통달하고 서법도 독특한 경지를 보임.

전형적인 남종화가로서 호남서화계의 상징적 거봉으로 추앙됨.

의도인(의도인은 의제 허백련 선생이 60세 이후부터의 호>



 <옥마냥 서있는 쓸쓸한 대나무 몇 그루

바란이는 가지와 이슬젖은 잎사귀, 맑고 찬 기운 둘렀네>


작가는 미산 허형(1862년 진도군 의시면 사천리 출생(소치의 넷째아들))

정약용의 장남 정학연의 문하에서 시와 서를 배움

부친 소치 허련의 재주를 그대로 이어 받아 특별히 독창적이지는 않으나 능숙한 필체를 구서함.



 

 한 쪽에 이렇게 카페가 있었다.

커피 맛도 아주 좋았다.

2청에서 상근하는 직원이 원하면 내려와서 차를 내려준다고 한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한쪽면에 책장도 있었다.


 

 

 

 <부귀와 수석

하늘이 사계저을 낳아 봄이 시초이고

여러 꽃 가운데 모란이 우선이다.>

을축년 음력 시월 동산외사


작가는 동산 양용범

1985년에 제작되었다

1943년 진도군 군내면 출생으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서양화풍을 한국화에 접목하는 등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였다.

구상과 비구상 때로는 추상의 세계까지 넘나들면서 그림의 주제를 다양화했다.



 

남계 박진주 선생이 1982년 그린 그림.



진도는 예향의 고장.

거리에서 만나는 촌부들조차 걸쭉한 육자배기나 진도아리랑 한 자락 못하는 사람이 없다는

예향의 고장.

이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의 전부도 진도가 고향인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폐교된 학교에 걸려있던 작품들이 이곳에 모여있지 않았나 짐작해본다.


생존 작가 중 누구는 진도예총 회장이고

또 누구는 진도읍에서 서예학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함께 그림을 보던 청 장학사님이 설명해준다.

여기 전시된 작품 외에도 보관중인 작품이 많아 수시로 작품을 교체해 준다고 한다.


예향의 고장, 진도

진도교육지원청 안에는 어느 화랑에 뒤지지 않는 멋진 갤러리가 있고,

그 작품의 수준도 상당하다.


7월에 진도반도 끝자락에 대명콘도에서 운영하는 쏠비치 펜션과 호텔이 개장했다.

진도는 육지 끝.

달랑 일 박만 하고 오기에는 멀고도 먼 곳.


진도교육청 갤러리도 구경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