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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돈 드는 일은 태산인데

돈을 벌어들이기는 힘든 일 중의 하나가 <농사 짓는 일>이 아닐까.

이 땅에서 농부로 살아가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일 년 반 소휴당에서 농사 비스무리 한 것을 해 보고 얻은 결론입니다.


옆지기는 주말 이틀 동안 풀을 뽑고, 예초기를 돌리고, 빈 땅에 검은 거적때기를 씌우고,

관리기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내고, 간혹은 농약도 치고 그러느라 허리가 휩니다.

수확이라고는 양파 몇 망, 무 몇 개, 배추 몇 포기

마늘 몇 접...소소합니다.

드리는 품과 노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수확입니다.



집안일이 그런 것처럼 농사일 역시 표시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은 매주 넘쳐납니다.

지난 주말에는 포도송이에 봉지 씌우는 일을 했습니다.

텃밭 한 쪽에 포도나무 4그루가 있는데, 그 나무에 포도가 열렸습니다.

물론 작년에도 많이 열렸습니다.

그런데 포도가 익어가니 어찌나 벌이 달라드는지....

결국 벌에 엄지손가락이 쏘여서 일 주일이 넘도록 고생을 했답니다.

퉁퉁 붓고 가려운 걸 말할 수가 없었지요.

이후 포도나무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고,

포도는 나무에서 익고 떨어지기를 반복했지요.


올해는 그런 어리석음을 좀 고쳐보고자 과수농가처럼 봉지를 주문하여 씌웠습니다.

해 보니 이 일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더군요.

고개를 쳐들고 휘어진 송이따라 봉지를 씌우다보니 목도 뻐끈, 허리도 뻐근....힘이 들었습니다.

과연 몇 송이나 먹게 될까?

파는 포도처럼 맛난 포도가 만들어질 것인가?

이제는 햇살과 바람이 할 일만 남은 셈입니다.

다 해 놓고 보니 오집니다.

 

 

 

텃밭 한 구석에 수박이 열렸습니다.

이 수박 역시 시장에서 파는 수박처럼 단맛많은 수박이 될 것인지.

초보 농사꾼은 맘 졸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