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오랜만에 결혼식에 갔었다.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축의금만 전달하고 마는데
이 날은 빠질 수도 없이 가까운 사이인데다
아낌없이 축하를 해야 마땅할 자리라서 남편,
광주사는 여동생과 함께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결혼식엘 참석했다.
그런데......
분명 결혼식장에 가서 찾는데 어디에도 이름이 안 보이는거다.
이상하다.
모바일 청첩장을 다시 보니 아뿔사~~
장소는 마리나 뷔페라고 쓰여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입구에서 신랑 이름을 말하니 한 쪽 룸으로 안내를 한다.
청첩장보다 10분 먼저 도착했는데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간단한 예식이 시작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양가부모님께 인사하고
패물을 교환하고
성혼선서에 이어 가벼운 입맙춤으로 식은 근방 끝나 버렸다.
가까운 데 살면서도 늦었다는 타박이 이어진다.
경사스런 이 날은 나의 외종사촌 47살 먹은 노총각이 41살 먹은 고운 신부와 결혼하는 날이다.
아들 둘에 딸 둘이 있는 작은 외삼촌이 드디어 첫 며느리 보는 날이다.
딸들이야 오래전에 시집을 갔지만
아들 둘이 저 나이가 되도록(큰 아들은 이미 쉰이 넘음) 아무도 결혼을 하지 않아
집안의 걱정거리였는데, 이 날 막내가 간 것이다.
우리 엄마의 7형제 중 오래 전 돌아가신 큰 이모와 큰외삼촌,
치매로 힘들어하는 작은이모가 안 오시고
엄마를 비롯 서울 외삼촌, 부산외삼촌 부부 등 오랜만에 보는
외갓집 어른들께 인사를 드렸다.
그 분들은 어릴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나만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한 얼굴이다. ㅠㅠ
이 뷔페 순천에서는 참 맛있는 집 중 하나이다.
작년에 서울서 내려온 딸들 포식시켜 주려고도 갔었고
지인들과 망년회로도 온 곳이다.
양송이 스프, 스테이크, 주문하면 오븐에서 직접 구워주는 스파게티에, 초밥을 양껏 먹고
마지막으로 바리스타가 솜씨좋게 만들어 준 카프치노를 먹고
유일하게 테이크아웃이 된다는 아메리카노까지 들고 나가려니
이젠 1층에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야 한단다.
알고보니 노총각, 노처녀는 이미 동거를 하는 사이인데
청첩장 돌리고 사람들 모여 결혼식 하는 것이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서
집안 어른들 모시고 식사나 하고,
결혼식장에서 결혼사진 찍는 걸로 대신하는 거라 한다.
이런 결혼식에 처음 초대를 받은 나는 어리둥절.
작고 소박한 결혼식이 대세라고 하더니
이건 초초초 작은 결혼식이 아닌가....
그래도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외갓집 삼촌과 숙모님들 보는 것도 즐거웠고,
나랑 동갑으로 함께 학교를 다닌 내 친구이자 외사촌인 순자부부
멀리 동해에서 여기까지 온 명순이 언니 부부와의 대화시간도 좋았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연애에 자유로운 싱글족도 아니면서
작은 외삼촌 집의 장남,
사촌 외삼촌 집의 장남, 이 집 저 집의 결혼안 한 닭띠들이
무려 3명이나 아직도 남아 있다.
그 중 한 명이 친정 집 유일한 아들인 내 동생도 있다.
포기하고 살다가도 이런 날이 되면 괜히 내 동생에게 미안해 진다.
자라는 동안 까칠한 내 동생 비위 받아주기 힘들때마다
"에고, 어떤 아가씨가 니 각시로 와서 니 뜻 받아주고 살른지 모르겄다만
그 아가씨 참말로 불쌍하네."
오기 박힌 소리를 한 탓은 아닌지....반성이 된다.
뒤늦은 인연으로 만난 오늘의 신랑 신부는 둘 다 초혼이라고 한다.
부디 늦게 만난 인연만큼 깨 쏟아지게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아이야 하느님이 주시면 더 바랄 게 없겠으나
없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알콩달콩 살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이제야 며느리한테 뜨신 밥 한 그릇이라도 받아 먹게 되신
작은외삼촌과 외숙모께도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키가 큰 신부는 이쁘기까지 했다.
멀리 살아서(통영)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부디 행복하길 빌어본다.
결혼식을 마치고 회천 소휴당으로 오는 길.
벚꽃터널을 지난다.
미세먼지 탓인지 꽃 색깔이 예년만 못한 듯 하지만
꽃 보니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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