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군대가 있는 아들을 빼고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였다.
가을 끝무렵 소휴당에서 고구마를 캐고 간 큰 딸아이가
일주일이나 몸살감기로 아팠기에 소휴당에 오는 게 다소 걱정이 되었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니
소휴당의 찬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다
너무 건조하기도 하고, 단열을 한다고 했지만
바닥은 지글거리고 공기는 찬 전형적인 주택의 형태를 보이는지라
이번에 딸아이 또 아프면 어쩌나...걱정이 되었다.
자취살림하는 아이들, 서울살이에 변변히 먹지도 못했을터라 여기 내려오면
먹고싶다는 것 원없이 사주는 편인데 이번에 딸아이가 주문한건
바로 "굴구이"
기억이란, 입맛이란?,
참 놀랍고도 신기하다.
굴구이는 오래전 내가 섬에서 근무할 때 몇 번 먹어본 것이 기억의 전부다.
이후 아파트 생활하면서 굴구이 해 먹는 일 한번도 없었는데
겨울이 되면 먹을 것 없던 섬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주던 기억으로
굴구이를 이야기한다.
불과 열 살 무렵의 기억인데 말이다.
회천에서 2년 반 근무하는 동안 굴구이를 먹으러 간 기억은 없다.
낙지도, 회도, 매운탕도, 두부전골도, 짜장면도 맛좋은 거 웬만한 건 다 있는데
굴구이는 없다.
지인이 추천해 준 장흥의 <은희네 굴구이> 까지 가려고 보니
40분이나 걸린다.
거기까지 가기 싫다는 남편,
굴구이가 꼭 먹고 싶다는 딸.
겨우 옆지기를 설득하여 길을 잡고 가는데 가는 동안에도 투덜거림이 계속된다.
그랬는데 채 십분도 운전해오지 않은 수문 가는 길에
길가에 내걸린 굴구이 현수막을 보았다(역시 눈이 보배!)
이름하여 장흥 수문에 위치한 <용곡 하우스>
결론적으로 좋았다.
자리도 넓고 부모님과 아들 부부가 운영하여 친절하고 깨끗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