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도시재생사업소에서 주관하는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인
동화작가 <정채봉 알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광양읍 역사문화관 옆에 있는 '빈터'에서 뜻있는 몇 명이 모여
작업을 하고 있다.
정채봉 작가는 행정구역상 전남 순천시 해룡면 출신이지만
그는 광양동교-광양중-광양농고-동국대학교로 이어져서
그의 말투를 비롯하여 작품 속 정서나 문화도
광양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이력에는 전남 순천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으로 표기한 곳이 많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여 글을 쓰고
김수환추기경, 법정스님과도 교류하며 샘터사 주간을 오래도록 역임한 그는
평소 가지고 있던 B형 간염이 간암으로 발병,
투병 끝에 2001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날 <스무 살 어머니> 곁으로 떠났다.
순천 천주교 묘지에 그가 묻히던 날에도
남녘 땅 순천에 드물게 보는 눈이 허벅지게 내렸었다.
한때 광양문인협회 주관으로 광양에 그의 문학관을 건설하자는 논의도 있었고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광양의 글을 모아
<우리 읍내>라는 책도 발간했었다.
하지만 이후 순천시에서 이 분의 문학관을 순천만에 짓고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제정하여 전국 규모로 시상하는지라
정채봉 작가는 순천사람으로 인식되는 듯 했다.
뒤늦게 광양에서도 그가 살았던 골목,
그가 자주 갔었던 가게,
그를 기억하는 친구, 선생님, 동네 사람들의 영상을 채록하는 작업을 한다니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광양문인협회, 광양문화연구회, 공감22의 관계자들이 모여
1차로 그의 작품 속에서의 광양의 모습을 연구하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 오후 5시에 만나서 하는 이 작업이 정채봉 작가의 모습을
되새김질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지금은 광양역사관, 오래전엔 광양읍사무소를 지키던
은행나무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때는 이곳이 광양의 명동이었는데
아파트 중심의 신시가지에 밀려나고
광양읍사무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좁을 골목길 사이에 불 켜진 상가 몇 곳이 쓸쓸하다.
태어나고 절정의 순간을 지나 쇠락의 길을 걷는
냉엄한 자연의 이치는 인간도 자연도 그리고 상가같은
생명없는 것들조차 예외는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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