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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생태수도 순천

(순천여행) 사월의 불임암 가는 길

 

불임암.

한때 이 시대의 큰 어른이자 마음을 울리는 글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법정스님이 손수 지은 순천 송광사 암자이다

그 분 떠나신 지 꽤 되었지만

그 분의 흔적이나마 찾기를 희망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어쩌다 출장이 일찍 끝나서 친구 한 명과 불일암을 찾았다.

이제 막 잎새에 새 잎이 돋기 시작하는 이맘때쯤

불일암 가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이뻤다.

죽은 듯 보였던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이렇게 새 살이 차오르는 사월의 숲길은 눈길 닿는 곳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잘 다져진 흙길,

아름드리 쭉쭉 뻗은 삼나무 길.



 

불일암은 1975년 법정 스님이 봉은사 다래헌에서 내려와 송광사의 자정암 폐사지에 건물을 새로 올려

불일암이라 명명하고 편액을 걸었다.

법정스님은 ㅈ1932년 전라도 해남에서 태어나, 1954년 통영 미래사에서 효봉 스님의 문하로 출가했다.


70년대 봉은사 다래헌에 거주하며 한글대장경 역경에 헌신하였고,

함석헌 등과 함께 <씨알의 소리> 발행에 참여했으며,

불교신문사 주필을 지냈다.,


1975년 송광사 뒷산에 손수 불일암을 짓고 주석하며

한 달에 한 편의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송광사 수련원장을 맡아 사찰 수련회의 시금석을 놓았다.


1992년 강원도 산골 오두막으로 떠날 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다,

1997년 서울 성북동에 "맑고 향기롭게"로 상징되는 길상사를 창건해 주력하다

2010년 3월 11일 열반했다.



 

 


 

 

 

누구의 아이디어 였을까?

어느 길을 삼나무 숲길.

어느 모퉁이를 돌면 활엽수 숲길

또 어느 모퉁이를 돌면 대나무숲길.

구비구비 지루하지 않게 길이 이어진다.


등산도 아니고 가볍게 산보삼아 걸어도 입구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


 


드디어 불일암 대문이 보인다.

낮고 작은 대문.

무소유를 실천하는 법정의 삶이 보이는 듯,

정갈하다.



 

나무로 지은 샤워실.

바닥은 나무를 얼기설기 대어 저절로 물이 빠지게 설계되어 있다.

1인 맞춤형 욕실이다.



 

손님방? 아님 서재일까?

사진 왼쪽 화장실로 보인다.



 

텃밭 한 쪽 작은 연못을 보았다.

올챙이와 개구리가 놀고, 하늘이 담긴 작은 연못이다.

텃밭에 물주기 용이었을까?

아니야.

겨울이면 먹이를 구하기 힘든 토끼나 새들의 먹이를 챙기던  따뜻하고 다감한

법정스님인 걸 감안하며

날짐승들이 목마를 때 찾아오라고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투박하지만 정감있는 의자 위에는 방명록이 보인다.


 

 

스님, 고이 잠드소서.


 

단순한 삶을 지향했던 그 분의 삶이 아직도 계속되는 듯.

정갈한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는 중이더라.


너무 늦게 가면 혼나요.

우리는 모르고 무작정 갔는데요.

오후 4시까지만 탐방객의 방문을 허락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