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풍경/벌교를 기록하다

추억이 그립거든 득량역으로 오세요

 


소풍가기 좋은 철.

1학년 꼬맹이들을 따라 득량역으로 갔다.

오늘의 여행은 기차타고 떠나는 여행

벌교역에서 무궁화호를 20분가량 타고 득량역에서 내렸다.

무궁화호라니...

KTX가 일상화된 요즘, 참으로 오랜만에 타 보는

무궁화호다

창밖은 누런 황금물결이 이어지고

기차안엔 참새들이 합창이 이어진다.

 



 

 

 

 


득량역은 <7080추억의 거리>를 곳곳에 꾸며두었다.

별거없는 줄 알고 갔었는데 볼 게 생각보다 많았다.



 

득량역에서 내리는 이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깜짝놀랐다.

이유를 알고보니 예전 70년대의 현수막을 재현해 놓은 거라고 했다.

썩은 자는 유흥가로 라는 문구에 웃음 빵~~~


 

 

 

유달산의 넋

목포역전 합동연설 중


목포 시민 여러분, 나는 목포에서 자랐읍니다. 북교국민학교를 나오고 목포상업고등학교를 나왔읍니다.

나는 목포에서 사업을 했읍니다. 많은 재산을 벌었읍니다. 그러나 나는 부산 정치파동 당시 이 나라의 정치가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해서 정치에 투신을 했읍니다.


나는 3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목포에서 입후보했다가 관권을 앞세운 탄압으로 무참히도 패배했읍니다. 선거를 하는 도중에 자유당 후보의 악독한 탄압을 받고 본인의 등록이 강제로 취소가 되었읍니다. 대법원에 소송해 가지고 반년만에 이겼읍니다.


나는 결심했읍니다. 내가 가진 재산과 내 청춘과 가족까지 희생시켜가면서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내 죽은 아내의 영을 위해서라도 나는 훌륭한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읍니다. 남이 놀 때에 나는 밤을 세워 공부를 하고, 남이 술집에 갔을 때에도 나는 공부를 했읍니다.


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용기와 노력과 성실을 가지고 애를 썼읍니다. 내가 그렇게 노력한 결과 차츰 국회에서는 여, 야를 막론하고 김대중이가 말하면 귀를 기울이게 되었읍니다. 많은 보도기관이나 많은 국민이 김대중이가 기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읍니다.


여러분! 이제 선거에 임해서 나는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내가 아가 말한 바와 같이 나는 내 자신의 포부와 뜻이 있읍니다. 내가 목포를 배경으로 해서, 전라도를 배경으로 해서 내가 한번 이 나라의 정계에서 일해 보고 싶은 소신을 가지고 있읍니다.


여러분이시여! 여러분이 나를 밀어 주십시요. 무언가 뜻을 가지고 이 나라 문제를 한 번 바르고 희망차게 해 보겠다는 이 젊은 청년을 여러분이 버리지 말고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죽이지 말고 한번만 여러분이 커가는 나무를 중토막에서 자르지 말기를 바랍니다.


나는 저 유달산에 대해서, 저 흐르는 영상강에 대해서, 삼학도에 대해서 말합니다.

유달산이여! 너에게 넋 있으며, 삼학도여! 너에게 정신이 있으며, 영산강이여! 네게 뜻이 있으며 목포에서 자라고 목포에서 커가지고, 그리고 이 나라를 위해서 무언가 해 보겠다는 이 김대중이를 지금 한 나라 정부가 외지의 사람 목포 사람도 아닌 외지의 사람을 보내 가지고 나를 죽이고 나를 잡으려고 하니 유달산과 영산강과 삼학도가 넋이 있고 뜻이 있으면 나를 보호해 달라는 것을 목포시민 여러분과 같이 호소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목포역전에서 행한 연설문도 붙어있다. 지금과는 다소 다른 맞춤법과 초등학교가 아니고 국민학교인 걸로 보아 꽤 오래 전 연설문인가 보다.

달변가이자 타고난 웅변가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힘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발관에서는 예전 기억속에 존재하던 그 모습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었다

물조루에 물을 담아 머리를 감기던 모습 그대로를...

작은 미니학교도 있고

옛날과자세트도 3천원으로 살 수 있다.

득량역에서는 역장이 녹음한 풍금소리가 종일 울린다.

<섬집아기>,<과수원길><꽃밭에서> 등의 동요가 흐른다.

처음에는 역장님이 희망곡을 연주하다가

반응이 좋아 녹음하여 종일 틀어준다고 한다.

 


 

 

 

 

 

 

 

교복 대여도 해 준다.

한 벌에 2천원

달고나도 할 수 있는데 이건 천 냥....

우리 아이들 엄청 재밌게 만들었다는....전설이.....

 

우리가 가던 날.

먼 곳에서 응모한 내용을 평가하려고

실사단이 온다고 하더니

12시무렵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왔었다.

마침 우리 아이들 한쪽에 그려진 투호놀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팽이치기를 열심히하던 중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엄지 척"을 올리고 갔다고 한다.

 

찾는 이 별로 없는 작은 간이역이

창의력가득한 몇사람의 역발상으로 인해

멋지게 탈바꿈하였더라

요즘은 농번기철이라 마을 어르신들이 들일 틈틈이

가게를 여느라 분주하지만

봄에는 대대적인 거리축제를 겸한다하니

추억이 그리운 당신이라면

득량역에 한번쯤은 와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