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그때 그 기분대로 썼던 글을
비공개로 했다가 조금전 공개로 바꾸었다.
호사다마였을까?
설레임으로 떠난 우리 가족 5명의 중국 시안여행은
불발로 끝났다
약 두시간의 비행 후, 시안공항에 내렸으나
출입국 심사대에서의 입국거부로 중국땅을 밟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황당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한동안은 중국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쓰고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열흘가량 지나고보니
이것 역시 내가 살아가는 일상이고
고통도 상처도 결국은 글로써 치유될 수 있다고 믿기에
여기에 털어놓는다.
중국공항 출입국심사대는 8~9칸 정도가 있었다.
비자순으로 서야한다기에 여행사에 17만원 가량을 내고
받은 중국비자에 쓰인 순서대로
순으로 줄을 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다른 줄은 팍팍 줄어드는데
우리는 딸래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대더니
결국 한쪽으로 세우고
남은 우리 넷만 입국허가를 내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둘째딸아이가 재작년에 다녀온
2개월간의 터키여행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왜 갔느냐?
누구랑 갔느냐?
아는 사람이 있었느냐?
등을 집중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딸아이 이제 겨우 20대초반이고
해외여행이라야 재작년 휴학하고 다녀온 몇나라가
여행의 전부인데 그걸 문제삼은거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거의 200명넘는 사람들이 ㅡ 그날은 추석연휴 첫날이라
대한항공은 만석이었다ㅡ다 빠져나갈 때까지
딸은 입국심사대에 서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기에 큰딸과 아들은 가방을 찾으러
내려가고,
나와 남편은 한쪽에 서서
간혹은 딸에게 손도 흔들어주고
행여 딸이 무서워할까 웃어도 주면서
한쪽에서 기다렸다.
공안 관계자는 남편과 내 여권을 함께 달라고 하여
보기도 했고.
2011년 다녀온 내 터키여행을 왜 갔는지
묻기도 했다.
그러기를 거의 30분이상 했을까?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대한항공 관계자가 오셨고
그 분의 말씀이 넷은 입국허가, 딸은 입국불가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이유는 말해줄 수 없다는 말 뿐.
"아니, 내 딸이 터키에서 뭘 했다고?"
다만 유럽여행 3개월이 만료되어서 자연이 수려하고 문화재 풍부한 터키 들른 것 뿐인데.....
기다리고 있을 때도 그런 결론이 나리라는건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여행의 설레임에 들떠있었고
둘째딸아이가 무서워하지않게 해주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여겼었다.
남편이 영사관에 전화하니 입국심사대에서의 일은
본인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럴수가....
결국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금 인천공항 가는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딸아이 혼자 보내든지
가족 전부가 가든지
양자택일하란다.
짐 찾으러 내려간 딸, 아들과 의논할시간도 없었다.
이미 비행기가 40분 연착되고 있으니
빨리 선택하랜다.
결국 혼자 돌아갈 딸아이에 대한 걱정,
가족 모두가 모여야 의미있는 여행일거라는 남편의 의견에 따라 우리가 타고간 그 비행기를 그대로 타고
돌아와야만 했다.
수십번의 해외여행 경험으로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
우리 가족에게 생긴 것이다.
재수없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샤드배치로 한중관계 급랭이니
한류스타들의 팬미팅이나, 콘서트, 광고 등이
줄줄이 취소되었느니....
그런 이야기가 나와는 거리가 멀고도 먼
이야기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국가의 입장이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억울하고
분하지만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본인의 잘못이라며 나중에 여행비를 갚겠다는 딸아이의
가슴에 평생의 상처가 된 이번 중국여행은
이렇게 끝이났다.
돌아와서 예전 시안공항에서 5년간 근무한분에게
물으니, 우리나라도 요즘 이슬람국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입국거부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한다.
터키와 중국간의 국가간분쟁이 어떠하기에
딸아이의 터키여행을 문제삼은 것일까?
중요한건
그럼에도 너무나 평범한 국민인 나는
이런 억울한일을 당하고도
아무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거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떠오르는 추석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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