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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발길이 머무는 곳

노천박물관 경주남산을 가다

 

 

 

 

 

 

 

 

 

 

 

 

 

 

 

일요일,

경상도 지역에 태풍 남태운의 영향으로

연이틀 비가 억수로 내렸다는데,

용감한 나는 미리 예약했다는 이유로

산악회를 따라 새벽 6시30분

경주로 향한다.

지난번 '미운오리새끼'의 조계산 등반 이후

남산을 가기로 모의하였고

오늘 미오 친구 3명

원래 내 친구 나영 이렇게 다섯 명이 31인승리무진 버스를 타고

길을 떠났다.

 

이 산악회의 좋은 점은 아침을 준다는 점,

섬진강휴게소 한 쪽에 자리를 잡고

뜨끈뜨끈한 찰밥과 김, 맛있는 열무김치로 밥한그릇

뚝딱했다.

찰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경주 들어가는 경부고속도로는 오늘도 공사중,

언제나 끝나려나~

먼 길이 더 멀게 느껴진다.

 

오늘의 산행기점은 삼릉이다.

어제와 그제 엄청나게 비가 내렸다는 이곳은

입구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나와

안전교육 캠페인 중이다.

 

여기는 금오산의 서남쪽에 위치한 삼릉.

금오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이 벼슬을 버리고 은둔지로 택한 곳.

 

삼릉 입구 배병우 사진가가 찍어서 유명해졌다는

명품 소나무숲을 지난다.

곧이어 들리는 우렁찬 계곡물소리

지난 가을, 가족과 함께 왔을때는

없던 소리다.

비가 억수로 내렸다더니...좋다 좋아

작은 시내를 이루고, 폭포를 만들고,

안개싸인 숲이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노천박물관 답게 곳곳에 석상, 본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오늘은 산행이 목적이니 눈으로만 훓는다.

금오봉과 고위봉 정상에 올라서니 안개는 더운 짙어졌다.

소나무숲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붉게 모습을 드러낸 황토흙길 따라 걷노라니

"좋다. 여기 너~~~무 좋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와 나영이 달랑 두 명이서 갔을 때는

존재감 없었는데

오늘은 사진 찍어준다는 사람도 많네.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 앞서거니 뒤서거니 끝도없이 이어진다.

 

산행 끝머리

관음사를 지나 용장마을에 오니 소나기가 쏟아진다.

500미터 앞두고 비옷을 입어야 함이 억울하기보다

하룻동안 잘 견뎌준 비님께 감사함이 마땅하다.

예정된 첨성대 옆 코스모스길을 생략하고

버스는 광양으로 내달린다,

12키로를 걸었고

비를 맞은 탓인지 버스에서 톡 떨어져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문산휴게소를 지나고 있더라. ㅎ

거의 두 시간을 잔 셈.

 

피곤풀린 개운한 몸으로

중마동에서 부대찌개에 저녁먹고

집에 오니 8시반

보람찬 하루가 이렇게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