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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땅 속의 건강식품, 회천 감자꽃 피는 날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 시인의 동요 '감자꽃' 전문이다.


감자로 유명한 이곳 회천에서 대규모 감자꽃이 핀 것을

세 번째 보고 있다.

이곳 보성에서의 봄을 세 번째 맞이한다는 거다.

처음에는 이렇게 넓은 곳이 다 감자밭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못생긴 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감자에 저렇게 이쁜 꽃이 핀다는 것에 놀랐고

하얗고 푸근푸근하여 입에서 사르르 녹는 그 맛에 놀랐다.




올해도 어김없이 감자꽃이 피었다.

세계적인 장수마을로 알려진 불가리아 훈자마을이나

에콰도르의 비루카 밤바 지방 사람들의 식생활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유카'라는 감자류가 주식이라고 한다.

감자는 비타민 C가 높은 식품임에도

여타의 다른 식품과 달리 높은 열에도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고구마는 뿌리가 변해서 된 덩이뿌리인데 반해

감자는 뿌리가 아닌 줄기가 변해서 된 덩이줄기라고 한다.

장수식품이고, 빈혈예방이나 치료에 탁월하고 알칼리성 저칼리 건강식품이며

당뇨환자를 위한 기능성 식품이라 한다.

미네랄 성분 중 칼륨이 다른 식물과 비교가 안되게 많아 건강, 자연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성분이 있어 위궤양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쓰인다고 하니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는 모양이다.


안데스산맥이 원산지인데 에스파냐 사람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파된 이래

우리 나라에는 순조임금인 1824년에서 1825년 사이에 들어왔다고 한다.

감자꽃의 꽃말도 참 수수하네.ㅎㅎ

"당신을 따르겠어요"



여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겠지? ㅋ


여긴 자주 감자

파 보나 자주 감자이리라



감자꽃이 지고 나면 이렇게 줄기가 시들어버리고

이는 곧 캘 때가 되었다는 신호라 한다.



오는 길에 모내기 하는 것을 보았다.

이앙기로 몇 번 왔다 갔다 하니 그 큰 논에 모가 심어졌다.

새벽부터 모내기 품앗이 간 할머니와 엄마가 집에 들어오는 저녁이면

할머니의 주머니에는 알사탕이 들어있었다.

과자가 귀하던 시절,

종일 할머니 언제 오시나 기다렸었다.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못 줄 따라 종일 모를 심고 오신 할머니의 고통보다는

주머니 속의 사탕을 간절히 기다렸던

철없는 손녀가 바로 나였다.


할머니도 오래 전 가시고,

알사탕의 그 달달한 맛이 그리울 나이도 오래전에 지났건만

모심기 한 논만 보면 할머니가 떠오르는 걸 보면

추억은 상당히 힘이 센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