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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감동이 있는 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3

셋째 날, 볼 수 있는 마지막 날, 평상시의 세상을 보기 위해 도시 한복판을 거닐어 보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롱아일랜드 섬의 포리스트힐스에서 시작해 이스트 강가를 지나 이제 제 앞에 뉴욕의 아름다운 타워들이 보입니다. 저는 그 거대한 건물 가운데 하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올라가겠습니다. 얼마 전에 그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을 제 비서의 눈을 통해 본 적이 있는데, 이제 제 눈으로 보면서 상상과 현실을 비교해 보겠어요.


  이제 이 도시를 돌아봐야지요. 우선 5번가로 가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고, 공장과 빈민가와 아이들이 오는 공원에도 가 보겠습니다.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에 놀라면서,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며 살고 있는지 더 깊이 이해하겠지요. 제 가슴은 사람과 사물의 이미지로 가득 채워지고 있습니다.


  볼 수 있는 셋째 날이 끝나 갑니다. 자정이 되면 잠시 동안 얻은 시력이 사라지고 영원한 밤이 다시 찾아오겠지요. 암흑이 다시 찾아왔을 때 아직도 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될 터이지요. 그러나 엄청나게 즐거운 기억이 마음속 깊이 가득 차 후회할 틈이 없을 거예요. 그날 이후부터 제가 만지는 모든 물건의 감촉은 그 물건과 관련한 황홀한 기억을 불러일으킬 거고요.


 앞 못 보는 제가 비장애인 여러분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내일 갑자기 여러분이 눈이 멀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눈을 한껏 사용해 보세요. 내일 갑자기 귀가 안 들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새의 노랫소리를,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힘찬 선율을 즐겨 보세요. 내일 여러분의 모든 감각이 사라진다고 상상한 뒤, 만지고 싶은 물체를 만져 보세요. 여러분의 감각을 최대한 이용해 보세요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77쪽에서 옮겨 적다.

(이 글은 1933년 월간 애틀랜틱 1월호에 실린 헬렌 겔러의 글 입니다.)



(2016. 4월 벚꽃 날리는 우리 학교 교정에서,  학교 선생님들과)



  나는 교직생활 중 6학년 담임을 꽤 많이 한 편이다. 광양서교에서 2년, 광양동교에서 2년, 여수 개도 화정초등학교에서 1년, 광양용강초등학교에서 1년, 순천 외서초등학교에서 1년 ...

  십년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7년은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개정된 교육과정이 생기고서는 6학년 담임을 해 본 적이 없다. 요새 6학년 교과서 지문은 굉장히 길다. 문학 작품 한 편이 통째로 실리기도 하기에 단편동화 한 편이 올라와 있는 경우도 많다. 아주 오랜만에 6학년 국어 교과서를 펼치고선  '음독공부' 자료를 만들고 있는데, 이 글이 눈에 띄었다.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서 여기 블러그에 옮겨 싣는다.


그러고보니 이 내용으로 탤런트 이병헌씨가 무슨 광고를 찍은 게 기억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