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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발길이 머무는 곳

<경주여행> 낮보다 밤이 더 이쁜 동궁과 월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 한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아이를 셋을 낳은 것을 들겠다. 키울 때는 참 힘들었는데 세월이 언제 다 가버렸는지 이제는 다 자라서 보살펴준다. 지금은 5명의 가족이 서울을 비롯하여  다섯군데 흩어져 산다. 셋 다 캥거루족이라서 아직 자립한 아이들은 없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오지다.

 

나와 남편의 생일은 8일 간격으로 들어있다. 항상 그 주 중간에 만나 생일잔치를 벌였다. 올해는 특별히 그 생일잔치를 경주에서 하기로 했다. 지난 10월에 2박3일 일정으로 경주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경주까지 갔음에도 불국사 지붕 끝도 못 보고 온 것이 속상해서였다. 하루는 대명콘도에서 하루는 더 케이 경주호텔에서 숙박을 예약했다.

 

나와 남편, 그리고 광주에서 오는 작은 딸은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였고, 큰 딸은 서울에서 금요일 저녁에 합류, 토요일에 시험이 있는 아들은 시험 끝나고 토요일 늦은 저녁에야 안산에서 오기로 하였다.

 

이른 저녁을 먹고는 야경이 멋지다는 동궁과 월지로 향했다. 동궁과 월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안압지'의 새 이름이다. 신라와 통일신라를 합쳐서 천년의 수도였던 경주. 세월이 오래된 탓인지 궁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오리안, 기러기압 을 써서 안압지라 불리던 이곳은 예전 오리와 기러기가 놀던 연못이라고 한다. 그만큼 황폐화되어 있던 곳을 정비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2002년 6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왔던 그 안압지와는 천양지차였다. 야경이 멋지리라고 짐작하고 갔지만 상상이상이었다. 은은하면서 화려하고, 멋스러우면서 촌스럽지 않은 조명 탓에 늦가을 밤이 행복했다.

 

 

 

 

 

이 풍경을 찍으려고 출사객들의 발길이 일년 내내 이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변변치 않는 내 스마트푼으로 찍은 사진도 이렇게나 멋지게 나왔네. 물 속의 풍경과 물 밖의 풍경도 아름다운 가을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