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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귀여운 유치원 아가들의 수업공개

오늘은 우리 학교 유치원 선생님의 수업공개가 있는 날입니다.

우리 학교 유치원은 우리 나이로 5, 6, 7세 되는 아이들의 혼합반으로

자그마치 17명이나 있습니다.

한 선생님이 가르치지요.

그 중 남학생은 달랑 4명밖에 되지 않고 다 여자인데

그 4명의 남학생이 만만치가 않지요.

오늘은 그 유치원 선생님의 수업공개가 있어서 참관하러갑니다.

교사들도 일년이면 의무적으로 수업을 두 번 정도 공개해야 한답니다.

학부모 앞에서, 또 교사들 앞에서 수업공개를 해야하지요.

 

오늘 수업할 유치원 선생님은 수업선도교사로 군 전체 유치원 교사를 앞에 놓고

수업을 공개해야 하는데

그 메르스 때문에 집단활동이 자제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학교에서 수업공개 후

촬영한 동영상을 보고 참관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바뀌었답니다.

 

 

처음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요술상자와 함께 편지 한 통을 전달하여 함께 읽는 것으로

수업이 시작됩니다.

 

 

 

커다란 식탁보를 앞에 두고, 조별로 어떤 무늬를 꾸밀까 구상하고 있네요.

 

 

어이구,

아무래도 수진이는 공부하기 싫었나 봅니다.

5살짜리 꼬마가 턱 괴고 있는 모습이 웃기네요. ㅎㅎ

수진이는 작년에는 청강생으로 유치원을 다녔는데 올해는 36개월이 넘어

어엿하게 유치원생으로 이렇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네요.

비록 하기싫은 표정이 역력하지만.ㅋㅋ

 

 

염색용 색종이에 자기가 그리고 싶은 무늬를 꾸밉니다.

 

 

여기서부터는 유치원 환경입니다.

초등 선생님도 여러 교과를 가르치기에 만능이 되어야 하지만

유치원선생님도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환경에도 재주많은 선생님들이 많은데, 우리 학교 선생님도 재미나게 참 잘 꾸몄네요.

 

 

 

 

 

 

 

 

 

오후에 근무하는 방과후근무시간제 선생님이 수업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유치원에도 '누리과정'이라는 교육과정이 들어온 이후,

유치원은 오전 기본과정 9시부터 오후2시까지.

방과후과정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두 분의 선생님이 한 반을 운영하게 되어 있습니다.

보통 정규교사가 기본과정을 맡고,

학교장이 일 년 단위로 채용하는 강사가 방과후과정을 맡지요.

사립유치원이 밤늦게까지 차량까지 동원하여 아이들을 돌봐주는 관계로

병설유치원의 매력이 한때는 많이 떨어질 때가 있었지요.

그때는 유치원선생님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아이들 보내주십사 호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지금은 병설유치원의 저렴한 수업료, 유기농 급식, 유능한 교사진, 알찬 교육과정,

거기다 방과후기능이 강화되어 늦게까지 유치원을 운영할 수도 있게 되어

병설유치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지요.

 

 

 

또 다른 모듬에서는 '유치원 하모니' 분이 도우미가 되었습니다.

'유치원 하모니'는 병설유치원의 청소나 간식 챙기기등을 도와주는 분을 말합니다.

시내에는 예순이 넘은 연세드신 분들이 하루에 3~4시간 봉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같은 시골은 인력구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 분들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인건비가 너무 낮거든요.

하루 4시간 일하고 2만원을 받으니,

시간당 대학생 기본비에도 미치지 못하지요.

학부모 자원봉사자 중에서 봉사하는 사람을 뽑으라는데

그게 시골에서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지요.

다행히 우리 학교는 젊은 유치원 학부모님이 수고해주시지요.

 

 

염색용색종이에 그린 그림을 오린 후

식탁보에 붙이고,

다리미로 열을 가해 꾹꾹 눌러준 후 한쪽 면 색종이를 떼어냈더니

이렇게 무늬가 꾸며졌습니다.

모듬장이 앞에 나와서 발표하고 있네요.

 

어른들 눈으로는 한없이 작고 어리게만 보이지만,

그 속에 들어가서 잠시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면 재미난 장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소 멀리서 바라보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그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오늘은 연약해보이는 예슬이가 실은 자기주장 야무지게 하는 똑순이라는 것

까불이 지우가 의외로 그림(특히 공룡)을 잘 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누구나 저절로 자라서,

어른이 된 것으로 착각하지요.

유치원 선생님의 기억나지도 않는 이런 작은 하루 하루가,

초, 중, 고 시절의 야단치고 화를 내며, 그러면서 열정으로 가르치던

선생님들의 하루하루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다들 잊고 살게 되지요.

 

풀칠하는 법, 크레파스 잡는 법, 가위질 하는 법 등 저절로 알게 된 것처럼 느껴지는 하나하나가

사실은 누군가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한 번 쯤 생각해봄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