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사, 상사, 선배가 그런 선생 노릇에 물들면 나라 망조라고 염려한 이오덕 선생은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2005)를 남겼다. 책에서 '몸과 마음이 튼튼한 사람'을 키우는 방법들을 소상히 밝힌 선생은 자신보다 어린 너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만이 밤하늘의 별 같은 스승의 길을 간다고 썼다. 선생 노릇과 다른 '선생되기 12개 방법'을 요약해본다.
1. 후생을 점수따기 노예로 만들지 말라. 문제풀이와 숙제를 많이 내는 것은 아이들을 팔고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가장 질 낮은 장사꾼 노릇이다.
2. 상을 타기 위해 특별한 아이들을 별난 방법으로 지도하는 데 정신을 쏟지 말라. 온갖 대회와 발표회는 장사꾼들이 벌이는 행사다. 이 두 가지 유혹을 이겨내는 데 집중하라고 선생은 역설했다.
3.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하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 주라.
4. 청소도 즐겁게 하고 일과 공부를 하나로 해라. 이것이 몸과 마음이 튼튼한 사람이 되는 모든 일들의 출발점임을 거듭 강조했다.
5. 색칠하기 그림책을 주어 이미 어른들이 테두리만 그려놓은 그림에 색칠을 하게 하는 짓이 가장 기가 막히는 것이니 하지 말라.
6.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고 남 눈치, 어른들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누구에게나 할 수 있게 하라.
7. 착한 일을 한 글,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를 흉내낸 글, 선생님이 제목을 주어서 쓰라는 줄거리를 따라 만들어낸 글 말고 자기가 한 것을, 본 것을 드래도 정직하게 쓰게 하라. 이처럼 그림, 말, 글로 자기를 표현할 줄 알라야 튼튼한 사람의 기본이 선다는 것이다.
8. 생명의 존엄함을 가르쳐야 한다. 강아지, 개미, 풀 낱낱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가르쳐라.
9. 민주스러운 삶을 몸에 익히고 붙여 살아가도록 훈련하라.
10 환경을 더럽힞 앟는 일을 아기 때부터 가르쳐라.
11. 오염식품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지도하자.
12. 돈봉투를 받지 말자. 그리고 선생은 타락한 선배들과 싸우고 학부모들과 싸우고 자기 자신과 싸우라고 끝맺었다.
2015년 5월 21일 경향신문 김종휘의 횡단보도'선생이냐, 생선이냐'에서 옮겨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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