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서울로 출장이 잡혔다.
어제 늦은 밤까지의 출장이었기에 오늘은 당연히 휴일,
남들이 출근하는 대낮에 인사동거리를 딸과 걸었다.
서울의 대부분의 유적지를 가 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이곳은 처음이었다.
외국인처럼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며 걷는 재미가 쏠쏠했다.
'인사동 물건은 중국제품이 많다더라'
'생각만큼 볼거리가 많지 않더라'
'비싸기만 하고 살 것은 별로 없더라'
'카더라' 통신은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어쨌건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그마저도 로망으로 느껴졌었다.
오늘은 맘먹고 하는 서울 나들이.
날씨는 쾌청하고,
옆에는 이삔 딸랑구까지 있으니 이 아니 즐거우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인사동 초입에 자리한 국수집이다.
간판에 걸린 유명 요리사의 사진을 보고
즉석에서 결정,
노란옷을 입고, 조선족 말씨를 쓰는 분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이 기계....솔직히 식당에 있는 것은 처음보았다.
재미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멸치국수와 비빔국수
깔끔한 국물이 한마디로 "끝내줘요~~" ㅎㅎ
개인적으로는 멸치국수보다는 비빔국수가 맛있었다는...
바삭거리는 과자(?)가 국수, 야채와 잘 어우러져 식감이 참 좋더라는....
가격도 착하다.
비빔국수 4천원, 멸치국수 3천원, 달걀은 한 개에 오백냥
얼마전 순천시장에서 먹은 멸치국수도 4천원이던데.
싸고 맛있는 집이다.
요리사 백 모씨의 요리철학이 '싸고 맛있는 음식'을 내놓는 거라더니
정말 맛있었다.
24시간 개방한다는 점도 신선하다.
야식으로도 괜찮을 듯 싶다.
인사동 입구에서 본 풍경
인사동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면서
가장 인기있다는 쌈지길 입구
모양이 비슷해서 요런 요상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먹어보지 못해서 맛은 모르지만,
딸랑구 말로는 그리 맛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름도, 모양도 신선해서 좋다.
가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기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여기서는 어디 갈까? 여긴 더구나 한국인데...ㅎ
색등을 달아놓으니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린다.
어깨를 스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중국인이다.
재미있는 모양 도장을 새겨주는 곳.
참 신기해서 찍어보았다.
이곳은 바로 바로 화장실....
각종 귀신 소개가 재밌다.
외국인이 많다는 걸 고려하여 이왕이면 영어나 중국어로도 써 놓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곳도 화장실,
화장실 문과 벽을 이용하여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를 그려놓았다.
아니 이건 그린 게 아니라 자세히 보니 벽지더라.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고 재밌더라.
아쉬운 건 관광객 수에 비해 화장실 칸이 너무 적더라는.
단 두 칸 밖에 없는 여자 화장실 탓에
평일 인데도 기다리는 사람이 셋이나 되었다는....
쌈지길에 있는 가게 중의 한 곳을 들어가보았다.
누가 저리 생각을 잘 했는지 봉투에 쓰인 말들이 재밌어서 한참을 보았다.
이런 공책에 공부를 하면 공부가 잘 될까?
"니 얼굴이면 공부 레알 열심히 해"에 격하게 공감.
한참을 웃었다. ㅎㅎ
똑같은 공책인데 표지 하나도 이렇게 재밌는 공책이 되었다.
쌈지길 꼭대기 층에서 만난 이쁜 화단.
누군가의 소망을 담은 이름표가 주렁주렁 걸려있다.
지난 여름 호주 멜버른 야라강에서도 연인의 소망을 담은 수많은 자물쇠 뭉치를 보았다.
볼 때마다 궁금해진다.
그 연인들 지금 잘 살고 있을까?
한때 뜨거웠던 오늘은 기억이나 할까?
(이게 바로 기우겠지? 할 일 없는 사람의)
-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게 사랑인데 말이다.
이루어질 수 없으면 없는대로,
이루면 이룬대로
한때 치열하게 사랑했던 흔적을 보는 건 늘 아련한 그리움을 동반한다.
구경을 다하고 그때서야 관광안내지도를 펴보니 이 거리 말고도 인사동이 꽤 넓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 7년째 살고 있는 딸도 여기만 인사동인 줄 알았다니 말 다했다.
인사동...
그동안 말로만 듣던 곳이라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풀어서 좋았다.
패키지 단체여행객인 듯 깃발을 들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외국인을 보는 것도 좋았다.
2015년 4월 17일 인사동 순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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