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9일
다음날에는 피피섬으로 가야했기 때문에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일찍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일정을 보니 이동시간은 아주 길고 막상 피피섬에서 머무는 시간은 짧아서 가기 전부터 아쉬움이 진했다. 7시에 호텔 로비에 모여 부지런히 이동해 피피섬으로 가는 페리에 탑승했다. 페리는 제주도 가는 큰 배와 비슷했고 좌석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널찍하게 앉았는데 나중에는 자리가 없어 못 앉을 만큼 사람들이 많이 탑승했다.
우리 가족들은 빈자리도 없애고 자리를 내어주는데 도은이까지 뒷좌석으로 옮겨앉아 졸지에 외국인가족들 옆에 이방인인 나 혼자 앉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내 옆에는 30개월의 압둘라가 앉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여행기에서 말을 안했을 뿐이지 항상 나의 옆에는 설동혁이 있었다. 동혁이는 도은이와 더 자주 보기 때문에 김도은과 더 친하지만 내가 있으면 나의 마수에 빠져 나의 껌딱지가 된다. 이동하는 버스에서도 계속 내 옆에 앉아 엄마 옆이나 도은이 옆에 앉으라고 해도 내 옆에 앉는다. 나는 이 사실이 뿌듯하면서도 나중에 가서는 쉴 시간이 없어 매우 힘들었다. (이동 중에 나만 못 잤다.) 물론 동혁이는 아주 귀엽고 “도은이 누나가 예뻐, 재은이 누나가 예뻐” 질문에 항상 내가 더 예쁘다고 대답하는 정직한 아이지만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페리에서까지 아기옆이라니. 다른 사람들이 애들 자석이 붙었냐며 놀려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압둘라는 나를 보자마자 웃고 쑥스러워하더니 나를 좋아했다. 압둘라는 당연히 영어를 하지 못했고 자기나라말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나는 알아듣는 척 웃어줬다. 압둘라 엄마가 간간히 해석을 해줬고, 압둘라 엄마와 영어로 대화했다. 그들은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했고, 그들의 차림을 보니 그 나라에서 아주 부자들 같았다. 그리고는 내가 압둘라와 있는 모습을 막 찍었다. (나 사진찍는거 싫은데 싫다고 차마 못했다.) 그렇게 제 2의 설동혁 압둘라와 두시간반을 달리니 피피에 도착했다.
피피섬은 한마디로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서 2시간만 보내고 나가야한다는 사실이 억울할 만큼 아름다웠다. 푸껫 올 필요 없이 피피에서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피피를 15분정도 걸어 지정된 좌석에 도착하고 짐을 풀자마자 구경할 틈도 없이 보트를 타고 스노쿨링을 하기위해 떠났다. 옥빛바다는 피피였고 정말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 살면 사람도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곳 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광경을 눈앞에 누고 내 옆의 도은이는 우울했다. 오늘 도은이는 입을 옷이 없어 엄마의 꽃무늬 쫄바지를 빌려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엄마가 옷을 바꿔입자며 도은이의 흰색 블라우스를 빼앗아가고, 꽃분홍색의 가디건을 입혀주었다. 그렇게 옷을 입자 도은이는 정말 촌스러웠다.(ㅋㅋㅋ) 안 그래도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 자신감 상실인데 옷까지 이렇게 입자 정말 우울하다고 했다. 김도은은 정말 귀엽다. 하지만 사실 나도 슬프긴 마찬가지다. 언제 이렇게 살이 쪄서 한참 비키니 입고 놀 때 옷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뚱뚱한 현실이라니! 인생에 한번쯤 1년 정도는 마음에 드는 몸매로 살아보라는 홍석천의 말처럼 2015년에는 살을 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우울한 도은이와 스노쿨링 포인트에 도착해 주의사항을 배운 후 스노쿨링을 했다. 어항 속에서만 보던 열대어들이 바다 속에서 살고 있었다. 신나고 재밌었다. 거추장스러운 구명조끼도 벗고 싶었다. 언제나 그렇듯 노는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다시 섬으로 들어와 밥을 먹었다. 그러곤 바로 떠날 시간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피피를 두고 푸껫으로 가야한다니 정말 속상했다. 나중에 자유여행으로 온다면 5일 정도는 피피에서만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피피가 맘에 들었다. 옛날에는 참 친구들 좋아하고 시끄럽게 노는 걸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 없고, 한가로운 휴양지가 좋다. 사람은 언제나 변하니까 또 내가 어떻게 변할 진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마음에 쏙 드는 피피였다. 피피야 나중에 내가 꼭 다시 올게. (이런 생각을 하다 신발도 벗어두고 집에 갈 뻔 했다.)
다시 두 시간 반 동안의 페리 탑승 후 다시 도착한 푸껫. 다음 일정은 마사지였다. 가는 길에 보이는 유명하다는 복싱장. 많은 외국인들이 살 빼러 방문한다는 가이드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실제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 의지로 안 되는 살, 나도 저기에서 살 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마사지장에 도착해 2인1조로 나눠 마사지실에 들어갔다. 기분 좋은 샤워를 마치고 김도은이 잠옷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엄청나게 편한 마사지복을 입은 후 마사지를 받았다. 처음에 조금 약한거 같아 세게 해달라고 한 뒤부터 엄청나게 시원했다. 이만원주고 마사지를 받는 게 미안할 만큼 시원하고 개운했다. 특히 어깨가 많이 뭉쳐있는 내가 어깨를 받을 땐 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열심히 참았다. 끝나고 너무 고마운 마음에 원래 주려던 100바트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20바트까지 더해 드렸다. 지금 생각해도 시원하고 또 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고는 아주 맛있는 삼겹살을 먹으러갔다. 태국까지 와서 삼겹살을 먹는다니 이상했지만, 이곳 돼지들은 넘쳐나는 과일을 먹고 자란다하니 왠지 엄청 맛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역시나 아주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평소와 다름없이 또 먹고 놀았다. 그러던 중 엄마가 마사지아줌마께 받은 음담패설 글을 깔깔대며 읽었다. 난 엄마가 아무리 놀아도 알 수 없는 범생이 분위기가 있다고 보는데, 가끔 저런 음담패설 글을 읽거나 욕을 할때면 너무 웃기다. 그래서 동영상을 촬영해 보관중이다. 나중에 엄마가 나를 속상하게하면 교육청에 올릴 것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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