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는 한 번 맘에 드는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 책의 끝을 볼 때까지 책을 놓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리하여 때론 잠들기 전 가볍게 든 책 때문에
이 나이에도 꼬박 밤을 새우기도 하지요.
다음날에는 밀려오는 피곤에 토끼눈이 되기 일쑤이고,
말할 수 없는 나르지근함 때문에 종일 힘이 든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어떤 때는 열 권이상으로 된 대하소설을 주로 읽다가
어떤 때는 여행기만 골라읽다가
한동안은 신문도, 책도 거의 읽지 않는 휴지기(?)에도 들어갑니다.
그러고나면 다시 글에 대한 욕구도 생기는데
이번이 그런 모양입니다.
블러그에 올릴 사진도 끊임없이 찍고,
자료도 모아두었는데
어쩐 일인지 차분하게 글을 쓸 마음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는 밀린 숙제하듯,
그동안 모아두기만 했던 이야기를 풀어보렵니다.
제일 먼저 하는 이야기는 지난 11월에 있었던 학예발표회입니다.
학교마다 일 년을 결산할 무렵이면 으레 하게 되는 그 발표회입니다.
보는 사람이야 잠깐이면 말겠지만 준비하는 학교나 교사 입장에서는 말할 수 없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그럴 듯한 작품이 나오지요.
첫 무대는 밴드부 공연입니다.
밴드는 문화예술의 활성화 차원에서 몇 년 전부터 학교에 개설되기 시작한
종목 중 하나입니다.
우리 학교도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방과후 부서 중 하나였는데
'애국가'를 비롯하여 코요태의 순정 등을 연주할 실력을 되었지요.
특히 이 날은 외국인 영어선생님을 가수로 초빙하여 공연을 했습니다.
올해 우리 나라에 처음 온 미국 아가씨는 키가 180이 넘습니다.
이쁘고 날씬하고, 싹싹하여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데 노래까지 잘 부르네요.
학부모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속에 첫 무대가 화려하게 끝났습니다.
3학년 4명, 4학년 3명 합하여 일곱 명 밖에 되지 않는 우리 학교 중학년들의 공연입니다.
어제 제가 즐겨보는 '가족이 뭐길래'드라마를 보노라니
거기서도 교복을 입고 연말 송년회 행사를 벌이더라고요.
어른에게는 야련한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부모세대의 옷을 입어본다는 점에서
어느 학교 학예발표회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테마 중 하나이지요.
또 하나, 어른이 입으면 촌스러움 속에 나이보다 한창 어려보이는 즐거운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ㅎㅎ
우리 학교 귀염둥이 유치원 아가들의 공연입니다.
만3, 4, 5세 혼합반 아이들이 다니는데
어찌나 귀엽고 깜찍한 공연을 하는지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동작인데도 하나하나 다르네요.
손끝 향하는 방향을 보면 누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보입니다. ㅋㅋ
우리 것도 빠질 수 없지요.
2학년 6명의 탈춤놀이입니다.
일학기때부터 시간 날때마다 쉬엄쉬엄 가르쳤다더니 동작 하나하나가 익숙합니다.
유치원 귀염둥이들의 난타공연입니다.
음악과 안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 박자씩 늦게 남들 하는거 보고 따라하는 아이도 있고,
제가 치고 싶을 때, 제 멋대로 안무를 만들어서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공연은 그래서 더 재밌습니다.
우크렐레 공연입니다.
맨 오른 쪽 붉은 조끼를 입은 지도강사 선생님도 보이네요.
나이 지긋하신 분인데 음악을 참 좋아하시는 분으로 보입니다.
방과후 시간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공연을 앞두고는 수시로 오셔서
아이들과 무료로 연습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악기연주에 맞춰 노래부로는 모습이 따뜻한 한 폭의 그림같았지요.
무대의 화려함으로는 발레를 따라올 것이 없습니다.
화려한 조명, 화려한 화장과 의상으로
몇 명 되지는 않지만 무대를 압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눈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많이 귀여웠나 보네요.
이 아이들의 사진만 몽땅 찍었군요.
학예회의 마지막은 이 아이들이 장식했습니다.
다들 한 덩치씩 하지요.
이른바 튼튼이 체조입니다.
표준체중 이상 나가는 아이들을 모아 보건선생님이 틈틈이 지도를 한 기체조입니다.
음악도, 의상도 평소 즐겨듣고, 보던 게 아니라서 몰입도가 높은 공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 학예회는 끝났습니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무대를 꾸미고,
연습하고 음악을 준비하는 그 지난한 과정을 거쳐
끝이 납니다.
지도하여 주신 선생님들, 시간내서 참석해주신 학부모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일상의 풍경 > 율포앞바다를 기록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성여행-보성차밭빛축제-제1축제장 보성차밭, 제2축제장-율포해수욕장 (0) | 2014.12.30 |
---|---|
추위와의 한 판 승부, 무주 덕유산 스키캠프를 다녀와서 (0) | 2014.12.29 |
골프연습장이 생겼어요. (0) | 2014.11.07 |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 모과가 주렁주렁~~ (0) | 2014.11.05 |
귀염둥이 유치원 아가들의 수업공개 (0) | 2014.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