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운동회철,
안그래도 바쁜 학교가 10월이면 더 바쁜 듯 합니다.
우리 학교도 지난 10월 2일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본 행사에 들어가기 전 풍물놀이 한 판이 벌어집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사물놀이 위주의 공연을 하는 데 비하면
오랜만에 보는 풍물놀이입니다.
4학년부터 연습하다보니 수가 많지 않아서
안그래도 넓은 운동장이 더 넓어 보입니다.
십자 대형, 원대형, 달팽이대형...
만들 건 다 만듭니다.
풍물놀이 보다보니 오래 전 초등 운동회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때는 가운데 거대한 기둥 세워두고 베도 짰어라~ 안으로 갔다 밖으로 갔다 투스텝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어찌나 다리가 아프던지...... 그래도 베짜는 사람은 상당히 영리한 사람으로만 뽑아서 했다니까요. 서로 뽑히길 바라기도 했고요."
"껌껌해질때까지 연습하다가 늦게 집에 가면 아버지한테 나만 혼났지라~"
"아이고, 이백 명 넘는 아이들 속에서 몇 번만 뛰다보면 운동장에서 날리는
먼지가 어찌나 날리던지....뒤에 소고치며 따라 다니면 빨리 대형을 못 맞추네. 투스탭이 틀렸네. 팔을 높이 올려서 쳐라...선생님의 지청구는 혼자 다 들었당께요"
모두들 추억 속에 잠겨 한마디씩 하십니다.
그동안 이 날을 위해 연습한 보람이 있게
풍물놀이가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고했다 아이들아"
작은 시골 학교는 마을잔치를 겸합니다.
이 날은 그래도 많이 오신 게 아니랍니다.
한창 농사일이 바쁜 철인지, 경로당에 홍보가 덜 된 탓인지
그리 많은 어른들이 모이지는 않은 듯 합니다.
예전 제가 섬에 근무할 때는 자연부락 7개에서 각기 농악대가 오고,
음식도 따로 준비하고 운동회 마무리는 마을 청년들의 마라톤이었습니다.
학교에서 20분쯤 떨어진 부둣가까지 달려오는 코스로
우승 부상으로는 쌀 한 포대가 수여되곤 했습니다.
세월이 별로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말들 하면 제가 꼭 옛날 사람 된 듯 하답니다.
전교생이 줄다리기를 합니다.
채 50명이 안되는 아이들이지만 열심입니다.
응원하는 엄마들의 목청이 터집니다.
운동회 날이면 으레 빠지지 않는 노인경기도 이어지고요.
어른들의 줄다리기도 진행됩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운동회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이겁니다.
'청백 이어달리기'
학생이 많지 않은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달립니다.
다들 목이 터져라 응원합니다.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들이 어우러져
마지막 댄스타임을 가집니다.
담임선생님을 따라 졸졸 따라다닙니다.
이렇게 우리 학교 가을 운동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예전 운동회에 비해 많이 간소화되었습니다.
부채춤이야, 매스게임이야, 농악놀이. 탈춤 등의 볼거리는 줄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즐거워합니다.
부채춤이나 매스게임을 준비하려면 한 달 정도의 수업결손이 생기고,
잠깐의 작품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간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보는 사람이라야 이렇게 간소해진 운동회가 밋밋할 수도 있겠으나
세상이 옳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으로 보아야하겠지요.
2014년 가을 운동회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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