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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여권에 도장 찍으러 가는 길

인도여행기 2탄

 

델리 강가 국제학교 방문, 인도문 탐방(2: 817)

 

아침 7시에 기상했다. 토스트와 달걀 후라이, 파인애플 몇 조각과 커피 한 잔의 호텔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어젯밤 늦게 도착하여 잘 몰랐는데 꽤 큰 호텔이다. 잘 가꾸어진 잔디밭에 작은 수영장이 있고, 한 쪽엔 테니스장도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많은 꽃들이 핀 정원으로 둘러싸여있다. 아직은 8시도 안된 아침인데 열기가 만만치 않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더울 지 말해주는 듯 하다.

학교로 가는 동안 델리의 아침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 천지다. 좁은 거리에 오토릭샤, 버스, 오토바이가 섞여있다. 경적 소리가 요란하다. 그 소음이 귀를 찌른다. ‘~~~’ 10초 이상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가 이어진다. 여기 저기서 뿜어내는 경적 소리에 우리 모두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지고 만다. 중앙선도 명확하게 나눠지지도 않았고, 신호체계도 엉망이고, 차도와 인도가 정확하게 구분되지도 않은 길을 우리가 탄 미니 버스는 잘도 뚫고 나간다.

인도의 도로는 혼란을 넘어 혼돈 그 자체이다. 서로 속도가 다른 생물과 물체들이 좁고 낡은 도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의 도로 위에는 우선 사람, 승용차, 트럭 등의 자동차 류, 오토바이와 자전거, 릭샤와 오토릭샤, 손수레와 동물이 끄는 수레, 개와 돼지, 당나귀 등의 작은 동물, 그리고 소와 낙타 등의 큰 동물, 간혹 코끼리도 다닌다. 이 많은 것들이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낡고 좁은 도로를 함께 사용한다. 최근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난 자동차들도 그 한 원인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인도인들의 운전습관을 익히 들었지만 그 실체가 도를 넘는다. 낯선 이방인인 우리를 쳐다보는 저 순한 눈길 어느 곳에 그토록 무지막지한 정열(?)이 숨어있는지 운전대만 잡으면 변하는 사람들이, 바로 인도인 같다. 속력을 낼 때까지 내다가 마주오는 차의 바로 앞에서 급정거하는 건 다반사이고, 차선은 원래부터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고 역주행이 예사인 것처럼 보인다. 경적은 왜 그리도 울려대는지...쓰라고 만든 것이니까 내가 끼어든다고 울리고, ‘안 된다고 울리고, ‘빨리 가라고 울리고, 옆에 차가 경적을 울리니까 나도 울리고, 또 심심해서 울리기도 한다고 한다. 시내를 통과하는 동안 귀가 금새 멍해진다.

폐차를 해도 십년 전 쯤에 했어야 할 차들이 굴러다니는게 신기하다. 찜통같은 더위 속에 에어컨도 없는 차 속에서 콧수염을 기르고, 가무잡잡하며 눈만 커다란 인도 남자들이 우릴 낯설게 쳐다보고 있다. 간혹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긴 콧수염과 턱수염을 가진,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시크교도들의 모습도 보인다. 시크교도의 장자는 절대로 머리나 수염 등을 깎으면 안된다고 한다. 또 칼과 팔찌, , 속옷, 머리카락의 다섯 가지를 평생동안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우리의 이 설명해준다.

 

교통체증이 어찌나 심한지 예정 시간보다 15분 늦게 강가 국제 외국인 학교(Ganga International School)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확인하는 동안 창문 밖에서 빨강, 분홍, 노랑의 샤리를 입은 여학생 셋이 우릴 보고 수줍게 웃는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스케이트장, 배드민턴장 등의 팻말이 보인다. 한 쪽으로는 잔디가 깔린 넓은 운동장이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잘 가꾸어진 국제학교라는 게 느껴진다. 그늘에 앉아있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듯한 많은 학생들이 우릴 보고 손을 흔든다.

맨 처음으로 안내되어 간 곳은 교장실이었다. 4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교장 선생님은 개나리색 사리를 두른 여자 교장 선생님이다. 벽 한 쪽에 붙어있는 LG에어컨이 잠시 우리를 으쓱하게 만든다.

 

강가 국제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5, 3, 3제로 운영되는 6년의 역사를 가진 국제학교이다. 학생수는 2천명 가까이되며, 교사 수만도 120명에 이르는 큰 학교이다. 한 학급에 30명이 있으며, 기숙사에 거주하는 700명의 학생들에겐 급식이 주어지고, 나머지 학생들은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식사를 해결한다고 한다. 하루에 4시간 정도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승마(게임)등의 교과목을 배운다고 한다. 인도 정부에서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배우는데,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루어진다고. 특이한 점은 종교나 카스트 제도의 신분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한다. 1학년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세상 어느 곳이든지 아이들은 왜 이다지 이쁜지...반짝이는 눈망울들이 인도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코발트 색 교복을 입고 있다. 날씨가 너무 더운데도 선풍기 한 대가 없다. 승마장까지 갖춘 고급 외형에 비해 내부 시설은 빈약한 듯 보인다. TV등의 교육 기자재 역시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오후엔 쿠툽 미나르로 갔다. 쿠툽 미나르는 800년 전 쿠툽이라는 이슬람계 노예가 승리한 것을 기념하여 지은 노예왕조의 승전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암으로 3층을 지었고, 쿠툽왕의 사위가 위로 2층을 더 올려 현재 5층탑이 되었다. 과거에는 천문대로도 쓰였을 거라는 추측을 낳게 하지만, 확실치는 않단다. 3층까지는 코란을 양각 조각으로 새겨넣었고, 각 층마다 공기구멍과 발코니까지 있는 아름다운 탑이다.

또 마을 중앙에는 5세기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초의 철기둥이 있었다. 15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녹슬지 않은 대단한 문화유산으로서 쿠툽탑이 위치한 이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비록 뼈대만 남아있는 건물이 많았으나, 무척 아름다운 돌기둥이었다. 땅만 파면 대리석이 나온다고 하는 인도에서 돌은 중요한 건축 자재였나보다. 중국에 가 보면 웅장한 느낌은 있지만 섬세하고 화려한 느낌이 적은 반면, 우리 나라는 대부분의 건축 자재가 나무여서 화재나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 비하여 인도는 넘치는 대리석과 사암을 이용하여 건축을 했기에 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문화재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에 일순간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