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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삶과 문학

정년퇴임 송별사

 

 

 

 

송 별 사

 

 

 

 

 

안녕하십니까?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오늘 우리는 참 스승이요, 진정한 교육자인 네 분 선생님을 보내드리는 아쉬운 석별의 장에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그야말로 옛말이 되어버리고, 하루가 다르게 교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척박한 교육환경에서 40년 넘는 세월을 교육을 위해 헌신하신 ooo 선생님, ooo 선생님, ooo 선생님의 정년퇴임과 ooo 선생님의 명예퇴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인생의 숭고한 가치 중에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사업보다 더 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선생님께서는 권세도 명예도 없는 이 길을 택하시어 묵묵히 교단을 지켜주셨습니다.

 

ooo 선생님은 교환근무를 포함 우리 학교에 무려 7년이나 머무신 터줏대감이십니다. 작은 체구지만 이 큰 학교의 친목을 자원해서 맡으실 정도로 똑 소리나는 다부진 살림 솜씨를 가진 분이십니다. 아이들의 바른 습관을 길러주시고자 늘 애쓰시고, 후배에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참스승이십니다. 또 가정에서는 30여년이 넘게 친정어머니와 10년 가까운 세월을 시어머니를 한 집에서 모시는 장한 효부이자,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셨습니다.

 

ooo 선생님은 42년간의 긴 교직생활 중 본교에서는 2년을 머무셨습니다. 조용하고 다정다감한 말씨와 행동이 본이 되는 분이셨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바로 잡으려 애쓰셨던 선생님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배구장에서의 힘이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ooo 부장 선생님!

정년퇴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여교사 못지않게 아이들과 교실을 관리하시고, 마지막 해까지 운영위원이자 학년부장으로 학교 일에도 헌신하셨습니다. 학년 교육계획을 짜시고, 엑스포 체험학습을 준비하시고, 작은 것 하나도 행여 후배에게 피해될까 손수 챙기시던 모습은 여기있는 후배를 여러 번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셨습니다.

 

ooo 선생님, 본교에 머문 기간을 짧지만, 그래서 아직 선생님의 매력과 열정을 다 파악하기도 전에 떠나시는 게 더없이 아쉽습니다. 춤솜씨도 탁월하시고, 재치있는 말씨로 동학년 선생님들을 즐겁게 해 주셨다는데...동학년도 못하고 마치게 됨이 참으로 아쉽기만 합니다.

 

이제 이 네 분을 보내드리면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아직도 젊으시고, 하시고 싶은 일도 많으시고, 하셔야 할 일도 많은데 퇴임이라는 이름으로 보내드림이 너무나 아쉽고 서운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년퇴임은 하고 싶다고 하여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부도 없고, 권력도 없지만 제자를 기르고 훈장까지 받는 직업은 교직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직은 나이 들수록 빛나는 직업입니다. 이렇게 아무 사고 없이 건강하게 정년을 마치시는 네 분 선생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40여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출근할 수 있었던 건강과, 인생의 큰 파도 없이 순응하며 살 수 있었던 여러 요인들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별이 아쉽지만, 또 축하를 아낌없이 보내는 이유입니다.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선생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벗어나고 자유로워지시기 바랍니다. 철두철미한 자세에서 벗어나고 대충대충 살랑살랑 사셔야 합니다. 스스로 얽어매는 속박에서 벗어나 주변을 과감히 버리시기 바랍니다. 기억을 버리고 관행을 버리고 고정관념을 버리셔야 합니다. 이것이 퇴임하신 분이 건강하게 세상을 잘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연금은 아끼지 말고 선생님을 위해서 다 써 버리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정년은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작은 매듭이지요. 이제 교단을 떠나 새로운 길에 들어서지만 언제나 건강하게 살아가시길 빕니다. 넉넉한 여유로움 속에 그동안 하시지 못했던 일들도 하시고,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도 보내시고, 제대로 된 아침식사도 못 하신 채 전쟁처럼 출근길에 내몰렸던 바쁜 삶을 내려놓으시고, 따뜻한 차 한잔으로 하루를 여는 격조높은 삶의 향기도 많이 느끼시기 바랍니다.

 

오늘 떠나시는 네 분 선생님은 여기 남은 후배들의 내일입니다. 오늘의 후배는 내일의 선배가 되고, 오늘의 선배는 어제는 후배였었습니다. 먼 듯 보이나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리와 선배님들이 남겨주신 가르침을 거울삼아 저희 후배는 내일도 변함없이 참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네 분 선생님의 영예로운 퇴임을 축하드리고, 앞으로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순천oo초 가족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201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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