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3(토)
친구들과 담양 메타세콰이어 길에 갔다.
작은 나무들은 말라갔으나 우람한 길은 그래도 아직은 가을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딱 볼만하게 좋았다.
일주일쯤 먼저 왔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만해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무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절정은 햇살과 바람이 정하는 일이니까.
지난 여름, 그 많았던 태풍도 다 이겨내고 때되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시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초봄의 연초록 새순 날 때의 메타길,
그리고 이렇게 붉은 융단 깔릴 때의 메타길은 언제나 정답이다.
불과 한 시간 거리의 지척에 살지만 마음먹고 나서기는 쉽지가 않네.
이때만 해도 좋았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연하게 융단이 깔린 길을 홀로 걷고 싶었다.
저 멀리 빛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는 말이 이럴 때면 실감난다.
부지런한 전문 찍사분들이 여럿 우리가 걸어가는 걸 배경으로 찍고 있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쪽에 이런 거울호수도 있다.
눈 크게 뜨고 보면 볼거리가 많은 메타길이다.
다시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사진도 왕창 찍었다.
그 많은 사진 뭐에 쓰려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나이들수록 지켜야 하는 건 동안이 아니라 동심이라고 했으니까 우리가 소녀시대가 된 들 누가 뭐랄까.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잘 살았으니 그뿐.
자, 메타길 구경 잘했으니 이젠 추월산 둘레길 '용마루길'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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