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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봄, 그 눈부심..

  아이들과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으로 체험학습을 왔다.

하루도 아니고 일박이일.

주차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벌써 벚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이 봄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으면서 알게 된 사실.

너무도 당연하게 살았던 푸른 하늘이, 숨쉬는 맑은 공기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어제도 퇴근길에 보니 양지바른 곳에는 성질급한 벚꽃이 피어 있었다.

3월 하순도 아닌데, 벌써?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벚꽃은 4월 5일 식목일 무렵에 피었었다.

휴일이던 그 날, 가족들과 섬진강 밤벚꽃놀이를 갔었는데 온난화를 비껴갈 수 없었는지 이 곳 남녘에도

꽃들의 개화시기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평균 열흘 정도는 빨라진 듯 하다.

지난 겨울 눈 한 번 오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여수시 선원동에 자리잡은 전라남도학생교육문화회관은

전라남도교육청 산하 기관이다.

초중고 학생들의 일박이일, 혹은 하루씩의 문화예술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고,

수영장, 도서관등의 시설이 훌륭하여 지역 주민들의 평생교육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게다가 주변 경관도 아름답고 여수시에서 무상으로 제공해줬다는 낮은 언덕배기의 시설도 훌륭하다.


아이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고인돌 군락지가 있는 공원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오래 전 마을의 이정표 역할을 해 주는 오리나무에도 물이 올랐다.

오리에 한 그루씩 이 나무를 심어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왜 하필 오리나무일까.

겨울에도 작은 열매를 달고 있어 잎이 다 떨어져버린 이후에도

"나, 오리나무!"

를 확실히 알게 해주어서 그러지 않았을까. 혼자 짐작해본다.


 

 군데 군데 고인돌 유적이 놓여있다.

아파트 현장에서도 옮겨왔고 길이 새로 놓아지면서 옮겨온 것도 있다고 적혀있다.

순천대 박물관, 혹은 목포대 박물관에서 표지판을 해 놓았는데 연도가 다 다른 걸 보니

조금씩 이사온 모양이다.

세월을 이고, 봄햇살을 받으며 오래 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성급한 목련도 피었다.

얼만 전 남도 지방에 우박이 내린 탓인지 일찍 핀 이파리는 흠집이 생겼다.

활짝 피었을 때보다 필까말까 고민하는 지금이 가장 이쁜 목련.

우아하고 곱게 나이든 여인을 보는 듯 고고한 자태에 저절로 눈이 가고 행복해진다.



 

 

 노란 민들레도 분홍분홍 광대나물도 여기서 보니 반갑다.

풀 매는 휴일이면 밭에서 보는 이 두녀석은 그저 식탐많게 세력을 넓혀가는 잡초일 뿐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도 이리 달라보인다.


 오동도가 있는 여수는 동백의 고장.

공원에 동백나무가 여러그루다.

절정의 순간에 "툭" 미련없이 소멸하는 동백.


나무에서 한 번,

땅에서 한 번,

그리고 내 가슴에서 한 번

도합 3번의 꽃을 피운다는 동백꽃.



"그대, 무엇인가를 견디느라 너무 힘들다면,

눈물이 난다면

부디 동백꽃 보러 가시라.

눈물 흘려서

어떻게 한겨울에 가장 싱싱한 초록빛이 되었는지,

어떻게 폭설 속에 가장 붉은 불꽃이 되었는지,

피는 것도 지는 것도 한 송이 전체로

단숨에 치열하게 피고 지는

일체 변명하거나 하소연하지 않는 꽃!

그대, 무엇인가를 견디느라 눈물 난다면

부디 동백꽃 피는 마을에 가 보시라"

- 김경미 시인, KBS 클래식 FM 작가-



눈부신 남도의 봄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