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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맑은 하늘이 고마운 연수원에서의 하루

 새 학기 시작하고 겨우 일주일을 근무하고는

지난 주 내내 전남교육연수원에서 연수가 있었다.

학기 시작이라 너나 없이 바쁜 터에 웬 연수?

처음의 의아함은 하루하루 날이 갈수록 편안해졌다.


전남교육연수원은 전남 담양군 남면에 위치하고 있다.

광주호를 지나 주변에 남도의 별서정원 소쇄원과 식영정, 그리고 가사문학관을 끼고 있어

풍광이 참 아름답다.

광주호를 낀 호수생태원 둘레길이 추가로 조성되어 드라이브 길로도,

가벼운 산책길로도 그만이다.

연수원 건물은 모두 한옥 기와지붕이다.

뒤로는 낮은 산을 이고 있고, 적당한 언덕배기에 자리해서 들녘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 연수원에 집합연수를 하러 올 때면 기분이 좋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공부하는 것이지만

점심식사도 맛있고,

점심을 먹은 후 연수원 뒤의 낮은 산을 산책하는 시간도 참 좋다.

어느 해 겨울,

창 밖으로 눈이 펑펑 쏟아지는 풍경을 구경할 때는

집까지 돌아갈 걱정보다는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연수원 연구사들이 부러웠었다.



 

 

예전에는 방학 동안 하는 집합연수가 주를 이뤘지만

스마트 시대에 사는 지금은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하여 하는 원격연수가 대세다.

그러다보니 연수원에서의 집합연수도 오랜만이다.

청렴연수, 다문화연수, 각 교과교수법, 안전연수, 학교폭력연수, 문화예술교육, 인문학,

거기다 독서토론연수, SW교육, 거꾸로 교실, 배움의 공동체, 아이눈으로 수업보기,

초기문해력, 혁신학교 연수 등

교원이 알아야 할 지식의 양도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


일주일 간 내가 배우는 과정은 혁신학교 연수.

네모난 운동장에, 네모난 교실, 66제곱미터 안의 획일적인 학교공간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

학교공간의 재구조화도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게 해 준 유익한 시간이었다.

경기교육연수원장인 이범희님의 강의는 학교현장과 이론이 접목되어 있으면서도

유려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주제가 명확하여 강의듣는 내내 즐거웠다.

학교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서로 공유하여 이야기 나누는 분임토의 시간은

시스템이나 제도를 바꾸지는 못할지라도 이야기하는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연수 3일째 되는 이 날은 미세먼지 없는 모처럼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뜬

맑은 날이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연수원에 왔지만 첫날과 둘째날은 미세먼지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난 자투리 시간에도 운동을 할 수 없었다.

아름다운 우리 나라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

날씨만 생각하면 저절로 슬퍼졌다.

중국 탓만 하기에는 날씨의 심각성이 너무 크다.

그 넓은 하늘을 무엇으로 가린단 말인가.

우리가 함부로 쓴 환경의 재앙이 이런 식으로 표출되면 우리의 후손들은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나라.

가을의 특징은 푸른하늘에 뭉게구름, 단풍이 아름답고....그 우리 나라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러다가 이 날, 모처럼 맑았다.

운전하여 가는 한 시간 내내 하늘만 바라봐도 저절로 행복해졌다.

점심 시간, 짧은 산책길임에도 이렇게 많이 사진을 찍었다.

"고맙습니다"

그냥 아무에게나 인사를 하고 싶었다.


저렇게 푸른 하늘이 있고,

꽃샘추위 없는 봄날이고

나와 같이 연수를 받는 좋은 사람들과의 산책

오늘 하루 그것이면 되었다.

이만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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