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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20180512 늦은 어버이날


 

딸이 셋인 우리엄마는 딸 둘을 큰며느리로 시집보냈다.

나만 막내한테 시집을 갔는데 근 20년간 큰며느리 노릇을 한다.시아버지 제사도 지내고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시제도 모시고

86세인 어머니가 더이상의 혼자 살림이 불가능해지자

합가하여 6년을 살았다.

그 어머니 돌아가시자 제사까지......

하긴

하나뿐인 나와는 띠동갑인 손윗동서가 시숙님 돌아가신 이후 재가하셨으니

큰며느리라기보다는 외며느리가 되고 말았다.

 

나야 두 시어른 돌아가셨으니 친정만 챙기면 되지만

여동생 둘은 어버이날이 낀 지난주말

시댁모임을 갔고

이번주 친정식구들이 모여 뒤늦은 어버이날 행사를 가졌다.

뭔 특별한 행사라기보다는 그저 온식구모여

밥 한 끼 먹는 일.

 


이번 모임 장소도 소휴당,

토요일 오후에 만나 일요일 오후에 헤어졌다.

비닐하우스안에 둥글게 자리를 깔고 커다란 무쇠솥

뚜껑을 불판삼아

삼겹살을 구워 파티를 했다.

친정집 가족모임은 언제부턴가 자매인 우리들보다

동서지간인 사위 셋에다 처남매부지간인 내 남동생의

엉덩이가 더 질기다.

남자넷의 수다가 어찌나 길어지는지

"오고가는 술잔속에 싹트는 정"을 쌓는지

끝간데가 없다.

이날도 엄마를 모시고 자매 셋은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가

드라마삼매경에 빠졌는데 ㅡ 이쁜누나까지 보고나니 밤 12시 20분 ㅋㅋ ㅡ

남자들끼리의 수다는 끝간데가 없다.

 

마당이 좁은 친정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

그래서 마당넓은 시골집에서의 고기구워먹는 일

너무 해보고싶었다.

온 가족 모여 먹고 마시고, 이야기나누는

이 행복이 참 좋다.

고맙다.


 



티비를 끄고 누웠더니 지금껏 들리지않던

개구리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침에는 청량한 새소리에 잠이 깼다.

엄마와 제낭은 밭에 널브러진 채 방치된 파뿌리를 잘라 말리고,

여동생과 조카들은 잡초제거에 한창이었다.

친정집 모임이라서 늦잠실컷자도 아무제약없는 이 자유가

좋더라

늦은 아침을 남동생과 둘이서 챙겨먹었다.

 

엄마, 우리 엄마!

오래오래 건강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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