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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애견, 애묘로 수다떨기

 

여고동창 모임이 있었다.

만들어진 지는 십년 쯤

어른들 모시는 나이인지라 상조모임의 성격이 강했다.

처음 만들어질 때는 친한친구도 거의 없었으나

동문회일을 하던때라 반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친구, 빵집 사장님, 방판화장품 외판원, 보험회사설계사, 학습지선생님, 카페사장님, 도의원사모님, 그냥 집에서 가정주부로 사는 친구 등 20명이나 되는 수만큼이나

직업도 개성도 강했다.

 

격월로 만나는데 일 년에 한 번 나가면 잘 나갈 정도로

나는 회비나 내는 불량회원이었다.

그랬는데..

드디어 내가 총무를 맞게 되었다.

그것도 자의로

회장이 회 꾸려가는걸 안해봤다고 걱정하기에

그럼 내가 해줄게 했다.

이때만 해도 일 년 총무하면 땡인 줄 알았다.

그런데 총무 일 년하면 자동 회장직 승계란다.

 

어쨌건 일 년동안 6번의 모임을 주선하고

꼬박꼬박 출석했다.

어제는 그 마지막날 내가 선임한 새로운 총무에게 그 직을

넘기는 날이었다.

자꾸자꾸보니 정이 들었고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던 친구들도 편하고 좋아졌다.

역시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은 법!


 

 


어제 찻집에서의 주 화제는 애견, 애모 키우기였다.

서완이의 여동생이 20년간 키우던 개의 암과 백내장 수술비로

1400만원을 썼다고 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빚까지 얻었으나

오래키워 가족같은 개의 고통을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조직검사 결과지를 미국까지 보내 이뤄진 수술이라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개 이빨까지 치료해주는 임플란트에다,

죽은개의 뼈로 목걸이까지 만들어 걸고 다닌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로까지 화제는 넓어졌다.

종교도 동물키우기에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가족인데 당연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맞섰다.

한때 아들이 키우던 고슴도치 입원료로 하루 12만원을

지출해 본적이 있던 나로서는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검은 고양이 하늘이를 키운다.

문 여는 소리 들리면 현관까지 마중오고

발랑 드러누워 배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고

이불깔아두면 지가 먼저 자리잡는

그럼에도 소휴당(세컨하우스)에 데려다놓으면 가방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

겁쟁이에다

남들눈엔 도둑고양이처럼 못생겼으나

내 눈엔 한없이 귀여운 "우리 고양이"

하늘이!

 

어떤 연으로 우리집에 자리를 잡았을까?

오늘도 하늘이는 소휴당엘 간다.

세 분의 시누이님들 오신다는데 그 속에서 잘 지낼지 걱정이 된다

안방 쇼파뒤에 숨어서 낯선 향기가 떠나기만 기다릴 확률이 99%이다.

 

하늘이는 지난 4월 25일부로 두 돌이 되었다.

십 년 넘게 산다하니 아직은 소년이다.

앞일 걱정하면 되는 일 아무것도 없을게다.

그저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것처럼

하늘이와도 사는 동안 최선으로 사랑하는 거밖에는 답이 없다.

 

20180427 서울 올라오는 기차칸에서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