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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감동이 있는 글

교장, 학교 변혁 앞에 서다/장성모(압해동초 교장)

제5회 호남권 혁신학교 포럼 자료집에서 발췌

혁신학교,

공감하다!

상상을 더하다!


지난 7월 2일, 군산에서 있었던 전남, 전북, 광주교육청이 함께 한 혁신학교 포럼 자료집에 신안군 압해동초 장성모 교장선생님이 쓴 진솔한 글이 눈에 들어와 여기 옮겨 싣는다.


압해동초 교직원 분위기는 매우 자율적이다. 외부에서 오신 분들도 하루 정도만 학교에 있어보면 금방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 나름의 학교 문화가 정착되어있다. 학교 관리자든, 교사든, 행정실 직우너이든 지위보다는 역할이 우선한다. 그리고 정기적인 전달 회의는 없고, 학교 운영에 대한 실제적인 토론 시간만 정기적으로 있다. 교직원들은 마음의 여유를 중요시한다. 선생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수업 준비하는 시간과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면하는 시간이다. 학교 분위기가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되도록 쫓기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교재 연구하는 시간 외에 선생님들의 업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간혹은 일이 많아져서 아이들과의 만남이 여유롭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누구하도 "왜 요즘 이렇게 바쁘지? 아이들하고 마음 나눌 시간이 없네." 라는 말이 나오면, 당장은 아니지만 바쁨을 줄여 나갔다. 궤변이 될 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학교는 열심히 한다. 그러나 압해동초는 교육을 한다'란 말을 교장은 항상 가슴에 담고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열심히'라는 말을 오히려 경계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선생님들이 무엇 때문에 바빠지고, 그 '열심히'가 누구를 위한 일이며, 누구에게서 그 시간을 빼앗아 오는 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했다.


-학생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

-긍정과 존중의 관점에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서열화가 아니라 학생의 자기성찰을 위한 도구로써 평가한다.

-수업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놀고 재미있는 것이다.

-자율적이고 협동적이며 통합적인 수업을 강조한다.

-수업은 준비하는 것이다.

-학생도 선생님도 자신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학생을 품에 안을 마음의 여유를 항상 비워둔다.


이 말들은 압해동초 선생님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고, 교장은 이러한 일들로 선생님들이 열심(?)이기를 바랬다.


교장! 학교 변혁 앞에 서다



(생략)

"아이들을 기다려 줍시다."라고 해 놓고, 교장은 선생님들을 기다리기 힘들었다. 어느날은 아이들이 버릇없어 보였고, 선생님들은 아이들 교육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도 보였다.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경계가 보이지 않았고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선생님ㄷㄹ의 삶은 교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입니다."라고 했지만, 간혹 교장의 속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섭섭하기도 했다. 허나 이러한 일들은 기쁘다가 슬프고, 노여웁다가도 어느 때는 한정없이 이해가 되는, 그야말로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내 내면의 문제일 뿐이었다. 태산이나 큰바위 같은 꿋굿함을 갖지 못한 나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기존 보편적 가치나 문화와의 충돌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휘말려 버리는 것이었다. 무엇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고 방법인지를 놓쳐버리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의 변혁은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고, 이 사회 속의 한 학교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다른 학교나 사회 교육청 등과 연계되어 있다.


대한민국에는 보편적 학교 문화가 있고, 나도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그 문화 속에 포함되어 있다. 나는 철저하게 이 사회가 중요시해왔던 경제 우선, 교육의 외적 성과 중심, 집단주의 , 관료주의 등의 카테고리 속에서 잘 순응하고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아왔던 선배 교장들의 모습이 내 몸과 노에는 각인되어 있고, 그러한 모습은 지금 학교에서 내 모습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중략)


그런데 나와 압해동초 교직원들이 이러한 기존의 정체성으로부터 깨어나서 학생이 정말로 존중받도록 하는 학교를 만들잔다. 일순간 깨어 있을 수는 있으나 늘상 깨어있을 수 없는 나 스스로의 근성을 잘 알기에 단순하게 4가지 생각에만 집중했다. 나에게 최면을 걸고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1 덜어내자! - 외적 성과 중심의 내용


2. 내려놓자! -교장의 지나친 권위


3. 함께 가자! - 동료와 함께


4. 천천히 가자!- 공감과 함께


선생님의 생각이 존중받아야 선생님의 자율성이 키워지고, 아이들과 온전하게 함께하는 선생님의 삶이 가능해진다. 그래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내가 세운 공식이다. 다행히 몇 차례 고비를 넘긴 결과는 너무 큰 깨달음과 학교의 변화된 성장으로 돌아왔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학교장이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신뢰하고 존중해주는 교육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참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교장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다독거린다. 아이들, 선생님들, 나 자신을 위해서도 잘한 일이다.


(중략)


지금도 교육행정가나 정치가 교사들은 모두 쫓긴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우리가 하고 있음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조급증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진짜인가요?" 라는 물음에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담겨있고, 이루고자 하는 방향성이 담겨있다. 언제라고 하고 싶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교육청과 학교장님들이 이 질문에 의미있는 신호를 보내주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