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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넬 샌더스의 1009번째 성공(펌)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날 속담이 있다. 쓸 만한 나무는 다 재목이 되어 베어나가거나 팔려나가지만 상품 가치가 없는 굽은 것들은 아무도 베지 않아 거기 그대로 남아 있다는 데서 온 말이다.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장자'의 인간세편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곳의 용도는 알면서도 무용한 곳의 용도에 대해서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가"


굽은 나무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KFC 매장 앞이라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노인, 하얀 양복과 나비 넥타이를 하고 한결같이 서있는 은발의 그 노인은 도대체 누구일까?


켄터키 치킨으로 유명한 커넬 할렌드 샌더스로, 65세에 새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무려 1008번이나 거절당한 후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도전하라!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 인간이 멋진 인생을 사는 건 아니다!"


다섯 살 때 어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생활를 꾸려가던 그는 어머니가 삯바느질을 할 때 빵을 굽고 어린 두 동생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꾸려갔다. 열 살 때는 이웃집 농사일을 도우며 새벽 4시에 일어나 14시간 동안이나 열심히 일했지만 그가 받는 급료는 고작 월 4달러였다.


12살에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그는 고향을 떠나 40대 중반까지 페인트공, 타이어 영업원, 대장간 일, 철도 부설공사 노동자, 주유소 주유원, 유람선 선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럭저럭 식당과 모델 사업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그가 60세 되던 해였다. 주정부가 그의 식당 앞으로 고속도로를 내면서 영업을 못하게 됐으며, 설상가상으로, 화재가 나서 가족과 그의 사업을 다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은 채, 65세 때 수중의 105달러로 압력밥솥을 구입해서 자신의 낡은 트럭에 싣고 전국을 헤미기 시작했다.


그동안 그가 연구하고 개발한 조리법을 팔기 위해서였다. 트럭에서 잠을 자고, 공중화장실에서 면도와 세면을 하면서 조리법을 팔려고 하였지만 2년 동안 가는 곳마다 거절을 당했다. 무려 1008번이나....웬만한 사람이라면 그의 꿈이 1008번이나 거절당했을 때 아니 훨씬 전에 포기하였을 터이다.


드디어 1009번째, 그의 조리법을 사겠다는 음식점이 나타났다. 그렇게 KFC 1호점이 탄생한 이래 현재 100여 개국 이상의 나라에 진출하는 등 1만 3,00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국제적 기업이 됐다.


늘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있는 수염 난 할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로 선 짐작도 할 수 없는 얘기다.


66세에 파산해 전 재산이 겨우 105달러였던 이 노인은 '이제 내게 남은 건 뭘까. 내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이 노인을 보더라고 더 이상 재기하는 건 어렵다고, 이제 괜한 고생 그만하고 조용히 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 다시 도전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는 나이를 잊은 이 '문제적 인간'은 노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패기와 열정으로 누구도 꿈꾸지 못한 황홀한 황혼을 맛본다. 그는 누구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거짓말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던 셈이다.


"당신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은 그게 어떤 것이든 결코 하찮지 않다" 사실 그가 1009번째 시도 만에 성공을 이뤄낸 과정은 황혼의 노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때론 식어버린 홍보용 치킨으로 끼니를 때우고 차 안에서 잠을 청했으며, 때론 약장사 스타일로 손님을 맞가며 치킨 홍보를 했다. 식당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전박대를 당한 것은 예삿일이었지만 스스로 다짐을 했다.


"내가 죽지 않는 한 고난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말은 바로 이 센더스를 두고 한 말 같다. "나에게 은퇴란 없다. 물론 정년퇴직이란 말이 있긴 하지,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건 아니야.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몇 번을 쓰러지더라도 나는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샌더스를 덮쳤던 어떠한 실패도 그를 좌절시키진 못했다, 그는 그 성패를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 더 나아가 주변을 돌아보고 한 번 도 해볼 수 있는 차분한 계기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샌더스 자신이 언제나 이야기했던 평생의 불운과 실패는 '오히려'라는 눈부신 열매을 위한 자양분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OECD회원국 중 노인자살률 1위의 대한민국. 이는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수치인데다가 이구백, 삼팔선, 사오정으로 대별되는 청년실업과 명예퇴직 등 실업이나 파산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으로 보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로, 주변에서 샌더스 앞에서 직장을 잃었다며, 가진 것이 없다며, 나이가 너무 많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기에 아직 시작 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는 해냈다. 나는, 당신은 왜 안 되는가?"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훌륭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적다.


샌더스가 말한다. '나는 녹이 슬어 사라지기보다 다 닳아빠진 후 없어지리라'

실패하면 방법을 달리해서 또 도전해야 보아야 함이 마땅하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왜 포기해야 하는가? 거절을 당할 때마다 그 경험에서 배우고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는방법을 찾아낼 수 있는데....'


생각건대, 꿈은 결코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니까. 배추 '포기'를 말고는 나의 사전엔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기에 당신의 무한한 가능성과 긍정의 힘에 힘찬 박수를 쳐주고 싶다.


65세가 넘은 나이에 거의 무일푼의 처지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시작한 파란만장한 인생역전기는 영화와 같은 감동과 큰 교훈을 남겨주면서 오늘도 실패와 좌절에 빠진 실버세대에게 쉼없는 용기를 불어 넣어준다.


이종근(새전북신문 문화교육부 부국장) 글/ 교육과 사색 2016년 10월호에서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