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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감동이 있는 글

트라우마를 날려버린 독서토론(옮겨적는 글)

"교사만큼 편한 직업이 어디 있냐?"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나를 만나면, 종종 자신의 삶을 하소연하며 내게 이런 말을 던진다. 그래, 저도 사는 게 팍팍하다는 이야기일 텐테 이럴 때는 너무 매몰차게 몰아치면 안 되겠지. 그래서 그냥 넉살좋게 웃어넘기며 한 마디를 건넨다.

"네가 한 번 학교 와서 살아봐라."

 

교사는 바쁘다. 하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중에 바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가만 보면 어른들만 바쁜 게 아니라 아이들도 온종일 바쁘다. 창의성을 키우자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바쁜 사람들이 과연 이를 키울 수 있을까? 창의성은 심심할 때 나오지 않던가? 그런데 도통 우리는 심심할 겨를이 없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수업, 행정업무, 생활교육, 학급운영, 상담, 보충학습지도 등등 이 일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교사가 왜 그렇게 바쁜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입버릇처럼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지만, 정작 왜 바쁜지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바쁘니 문제다. 바쁜데 언제 그런 의미를 따져 보냐고? 왜 바쁜지 한 번 돌아보기라도 해야 바쁘게 해내는 그 일들이 의미가 있을 것 아닌가? 그러니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쁠까?', '무엇을 하느라 바쁠까?', ' 그 일들은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바쁜지를 묻다 보니 결국엔 삶의 의미로까지 이어졌다. 교육과정에 삶을 담아가자고 의미부여를 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게 묻고 따져보니 바쁜 일에 경중이 가려지고 우선순위가 매겨졌다. 일상수업을 비롯하여 교실문화도 나누고, 우리의 부모님을 모시고 수업도 함께 나눈 것은 교사로서의 내 삶에 큰 의미이자 보람이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자랐다. 그래. 이렇게 의미있는 일, 가치 있는 일, 삶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무게를 두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거나 하더라도 대충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 일 대충했다고 내가 대충 사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동료 교사와 독서토론을 해보고 싶었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상상만 해도 가슴 떨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아 할까? 앞에서 들려준 두 이야기 속에 해법이 있다. 교실을 찾아가면 된다. 마침 전라북도교육연수원에서 독서토론연수를 개설하기 위한 수강생을 모집했다. 5~10명 내외로 한 팀을 이루어 멘토강사가 결합하여 '학교 다시보기', '수업혁신', '교육성찰'을 주제로 독서 후 토론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더구나 책 2권도 교재로 지급했다. 그러고 보면 전라북도교육연수원의 연수 방침은 참으로 놀랍다. 아직도 구입한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고 관리하기에만 급급한 곳이 태반이지 않던가? 이런 발상의 전환이 학교룰 꿈꾸게 한다. (중략)

 

독서토론 중에 우리 모두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읽고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아이한테 미안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교사가 아이를 꾸지람하여 학부모로부터 시달려야 했던 고충을 토로하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교사인들 이런 사연이 없을까? 그 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같이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가 겪었던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아픈 기억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눈물을 찔끔거리며 울었다. 교사가 되고나서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이 눈물은 다시 오늘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이하 생략)

 

교사들과의 독서토론은 내가 꼭 해 보고 싶으나, 기회가 없어 해 보지 못한 영역이다. 오늘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의 저자 정성식 선생님의 노하우를 글을 읽고 배운다.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가 자율적으로 한 권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토론을 언젠가는 나도 실현해보고 싶다.

 

2015.11.26(목) 보성지역에 첫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옮겨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