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 가다>
나는 한 달에 한 번 답사를 겸한 여행 길에서 시인, 문인, 화가, 옛사람도 만나고 그들이 살다 간 삶의 터에서 나의 미래 삶을 발견하기도 한다. 통영의 앞바다에서 충무공의 애국심을 만나고, 시인 유치환! , 백석, 이중섭의 사랑을 만나고, 충북 괴산의 산막이 옛길에서 고독하게 자신의 길을 가며 정신적 이상향을 꿈꾸던 옛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과 만난다.
다시 떠나게 될 여행을 기다리면서 손에 잡은 책이 『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을 가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10대에‘열하일기’를 읽고 감명을 받았던 작가 김경윤이 『열하일기』에 나오는 마부 창대와 장복이의 이야기에서 마부 창대의 시선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열하일기』로 재탄생 시켰다.
연암은 훤칠한 풍채에 커다란 귀, 수십 보 떨어진 담장 밖에까지 들릴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 말술을 마시고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일단 논쟁이 붙으면 사흘 밤낮을 쉬지 않는 호방한 기질을 지닌 인물이다. 조선 영조시대 노론집안의 자제로 앞길이 열려있었지만 24살에 1차 과거시험에서 장원을 하여 영조를 감탄시켰지만 2차 시험에서 백지를 내고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백탑파’라 불리는 실학파 박제가, 이덕무, 홍대용 등의 젊은이와 어울리며 세상에 유용한 공부를 진정한 공부라 생각했고 장사치, 행수, 하인 ! 등 낮은 신분의 사람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던 양반사회의 이단아였다. 1780년(정조 4년) 그가 44세 되던 해 박지원은 청나라 황제의 만수절(청나라 건륭황제의 7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열하로 향한다.
『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을 가다』에서는 창대의 시선을 따라가며 읽다보면 연암이 북경에서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을 보고 느낀 놀라움과 호기심이 창대와의 대화를 통해 잘 나타나 있다. 시골인데도 그 규모와 모습이 질서 있고 깨끗한 청나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며 경탄하기도 하고, 조선에서는 더러운 똥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모아다가 거름창고에 쌓아 두고 네모반듯하게, 혹은 여섯 모나 여덟 모나게 만들어 탑처럼 쌓아 두고 밭에 거름으로 쓰는 농사법을 설명해 준다. 또한 청나라에서는 아무리 가난한 집이 라도 깨진 기와나 벽돌, 자갈이나 조약돌을 모아 집을 장식하고 마당에 깔아 보기 좋게 사용하는 모습에서 백성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청나라 서민의 실용적인 면모에 감탄한 일, 길을 닦아 수레를 사용하여 장사를 하는 모습에 놀란 일, 저녁이면 사신단 숙소에서 빠져나와 저자거리를 구경하다 한 점포 바람벽 위에 글 한 편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호랑이가 양반을 질책하는 내용으로 입안의 밥알이 튀어나오고! 갓끈이 끊어질 정도로 재미난 이야기여서 고국에 돌아가 친구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정 진사와 함께 베낀 일도 들려주고 있다. 오랜 기간 고생하며 시중드는 하인들에게 먹이기 위해 사신단 양반에게 지급되는 식량에 고기며, 음식을 실컷 신청한 일에 감격하고 있다. 또한 열하에서 불교, 라마교사원을 지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용하며 융화책을 쓰던 건륭제의 피서지가 오랑캐들이 드나드는 변방에 있는 이유를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고, 낙타와 코끼리를 보고 싶었는데 자신을 깨우지 않았다고 창대를 타박하는 연암의 모습에서 조선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던 연암의 철학과 소박하고 진솔하며 유쾌한 연암의 인간적인 면모에 깊은 감동을 느끼며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세계는 한권의 책이다./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는 것과 같다.’(아우구스티누스)
‘여행은 당신에게 적어도 세가지의 유익함을 줄 것이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고/ 셋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브하그완)
연암이 여행했던 한양에서 심양, 연경, 열하에 이르는 길을 거쳐 로마로 향하는 유목민들의 길 실크로드 여행을 계획하며 책장을 덮는다.
-『박지원, 열하로 배낭여행 가다』, 김경윤, 탐출판사. 2014
2015년 5월 24일(일)
독서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사회적기업!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센터 연구원 김희지
성남 동광중학교 교사, esan1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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