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피었습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오래전 음악책에도 실렸던 노래속 채송화밭이 우리 학교에 있다
지구상의 모든 것에는 생과 사가 존재한다.
불멸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고작 50년을 살았을 뿐이고
150년 전에 비해 평균수명이 두 배로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인간은 백 세 살기도 버거운 세상이다.
땅속에서 7년을 기다린 매미는
고작 2주간의 지상의 삶을 누릴 뿐이다.
우리학교 채송화는 거기에 대면 긴 생이라 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14일에 찍은 채송화는 청춘의 한때였다.
소멸이 아름다운 존재도 있을까?
지난 여름 그 뜨거움을 온 몸으로 견디며
화사한 꽃을 피어내던 채송화도
서리가 내리는 지금
그 생을 다했는지 초라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내년을 기약하는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수한 씨앗을 땅 속에 숨겨뒀기 때문이리라.
올해 봤던 그 채송화는 아닐지라도 그와 닮은,
유전자가 비슷한, 인간의 눈에는 똑같아 보이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인간의 한 생도 마찬가지일 터.
부모의 생은 자식의 생으로 이어지고
소멸은 그 가족에게만 슬픈일이지
세상은 어제와 조금도 다름없이 그저 흘러간다.
이것이 세상의 준엄한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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