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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가는 정, 오는 정!

 며칠 전 출장 두 개가 겹쳐 있었다.

첫 번째 출장은 시작시간 한 시간만에 끝나버려서 다음 출장 때까지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이 글 바로 전에 포스팅한 중도방죽을 운동 삼아 혼자서 걷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어디실까요? 혹시 퇴근하셨을까요?"

전화를 받고 보니 전임지에서 같이 근무한 선생님이다.

"네~~ 중도방죽이요. 왜요?"

"좀 드릴 게 있어서요."

두 번째 출장 시작 시간도 거의 되어 가는지라 그 학교 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선물이라면서 주는 게 꼬막 한 상자이다.


꼬막...

벌교 하면 꼬막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알고보면 벌교에서도 '장도'의 꼬막이 제일 유명하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기후영향 탓인지 꼬막의 종패가 많이 죽어버려 이 곳 벌교에서도

벌교 꼬막 구경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는데....

장도 근무하는 선생님이 오늘 작업한 꼬막을 사 가지고 온 것이다.


그 선생님, 실은 지난 봄에 KBS1 티비 <인간극장>에도 나온 선생님이다.

학생 1명(6학년)에 선생님 한 명, 그래서 이 학생이 졸업하면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아주 쓸쓸한 섬 이야기, <나 혼자 학교 간다> 편


다큐멘터리 찍느라 수고한 선생님을 비롯,

전임지에서 친하게 지냈던 몇 분의 선생님과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지난 10월 초순경에 셋째아들을 낳았다.

소식은 들었지만 바쁜 학교 일정 따라다니느라,

또 학교도 다르기에(결정적으로 섬 ㅠㅠ) 맛난 것 좀 사 준다는 게 영 날 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마나님 맛난 거 사다 드리라는 멘트와 함께 약간의 성의 표시를 통장에 담았었다.

그것이 부담이 되었을까?

오늘 꼬막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꼬막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장이 민감한 편이라 자칫 탈 나기 쉬운 음식이기도 하고,

오늘 작업한 꼬막이라 하여도 그 중 하나만 상한 게 들어있으면 탈이 난 경험이 있어서다.


그러나 장도 고막이라 하니, 믿고 먹어봐야지.

집에 오자마자 씻어서 삶았다.

꼬막 삶은 내공을 발휘했으나 살짝 덜 익었다.

표면에 핏기가 돌아 맛있게는 보이나, 까는 게 쉽지가 않네. ㅎㅎ

회식 있는 남편은 귀가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 이 많은 꼬막을 다 먹었다.


받으려고 보낸 건 아닌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어 버려 미안하기 짝이 없다.

친구에게, 엄마께, 친한 동료선생님께 고루 나눠주었다.

꼬막을 볼 때마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 생각날 것 같다.

 

 

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