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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사고는 눈깜짝할 새

지난 주말 딸 친구들이 소휴당에 놀러왔었다

세컨하우스는 1930년대 개발된 오래된 솔밭 해수욕장과

물놀이기구가 잘 갖춰진 해수풀장,

오토캠핑장, 다비치콘도가 있는 곳과

지척이다.

걸어서 5분이면 그 바다에 닿을 수 있다.

 

큰딸의 대학친구는 둘.

한 명은 서울토박이, 직장인

또 한 명은 포항아가씨, 취준생이다.

셋이 의기투합하여 이 먼 전라도 보성까지 시간맞춰 놀러오는게

기특해서 지난 금요일 ktx타고 순천까지 온 아이들을

보성 소휴당까지 데려다줬었다.(거리 66킬로, 소요시간 55분)

 

도착한 날 오후 아이들은 해수풀장가서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내가 미리 수산물위판장에서 사다준 전복과 대하에다

삼겹살까지.....그 즐거움은 안봐도 비디오였겠다.

이튿날 토요일이기에 보성녹차밭 가서 노는 아이들을

우리부부가 들어오는길에 태우고 왔었다.

더운 날씨였지만 녹차밭의 푸르름을 실제로는 처음 본

아이들은 제대로 즐겼다 했다.

딸친구들 멀리서 왔다고 이 더위에 가마솥에 불때서

백숙 두 마리를 삶아낸 남편,

저녁에는 그 백숙을 함께 먹으며 멀리서 온 손님을 반겼다.

 

여행 마지막날,

늦잠을 잔 딸 친구들

몇 캔의 맥주와 과일을 챙겨 바다로 갔다.

백사장은 바람이 불었고,

통닭을 시켜 아점을 먹으며 한가로움을 원없이 즐겼단다.

이제 떠날 시간까지는 불과 한 시간

얼마안남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

바나나보트를 타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부러워

인당 3만원씩을 주고 플라잉보트를 탔단다.

보트뒤에 매달려 파도를 가르며 가는 놀이기구.

한바퀴를 돌고 두바퀴를 돌다가 딸과 친구는 물에 빠졌고

웃고있는 딸과는 달리

딸친구는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서지를 못했단다.

 

집에서 쉬고있던 나 119타고 보성읍 병원 응급실에 갔다는 연락받고

부랴부랴 챙겨갔더니

에고고 팔꿈치 윗부분 골절로

종합병원 가랜다. 여긴 정형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말과 함께.

고통을 호소하는 딸친구,

진통제와 부목을 댄 응급조치만 받고

이번에는 순천 성가롤로병원으로 직행.

여기서도

전문의는 있으나 수술이 필요하니 집근처 병원가서 수술하랜다.

고통으로 파리해진 낯빛

저녁을 사 주었으나 입맛없는지 거의 먹지를 못한다.

결국 다시 조금 더 튼튼한 응급조치만 취한 채

KTX 밤기차로 서울로 떠났다.

 

하필 우리집에 놀러온 손님이 이지경이 되어서

많이 미안했다.

놀이기구 타라고 등떠민거 아닌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였으나

사고는 정말 눈깜짝할 새였다.

이 더운 여름 세시간의 수술 후 3일이나 입원한 딸친구!

태어날 때부터 서울내기여서 보성의 풍광과

여유로움에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는데 그 좋음의 끝이

고통이라서 참말로 미안했다.

 

H야!

미안하다.

그리고 힘내라.

그날 운이 좀 나빴을 뿐이란다.

더 좋은 날이 예비되어 있겠지.

어서 쾌차하길 빌고 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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