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기획형 연수가 있었다.
전남교육연수원에서 현장 선생님들이 원하는 연수를 원하는 강사를 요청하여 학교 현장에서 실시하는 연수이다.
우리 학교는 지난 3월에 국어 교과서 안에 들어온 <온 작품 읽기와 독서연극>을 지도하는 방법을 주제로
연수를 기획하였고 총 5번의 연수 중에서 어제 첫번째 연수가 열렸다.
강사는 광양마로초등학교 김영숙 선생님.
나랑은 십 년도 더 전에 한 학교에서 동료교사로 만났다.
<온 작품 읽기>가 학교에 들어오기도 전에 교실 안에서 독서교육을 충실하게 하던 선생님이시다.
아이들이 책에 흠뻑 빠지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인성교육으로 연결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눈높이를 같게 하던 살아있는 교육을 전개하던 선생님이셨다.
나는 교사라면 교실 안에서 충실한,
내가 맡은 아이들의 일 년을 책임진 교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교사가
가장 아름다운 교사라고 생각한다.
전문직으로 나가서 소위 출세가도를 달리거나,
교실 안의 단위 시간에 충실하기 보다는 학교 밖의 이름 알리는 일에 충실한 교사들은 무늬만 교사일 뿐
참교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분은 학급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이셨다.
부족하고 처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에
이런 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아이들은 복받은 아이들임이 분명하다.
본인이 실천하고 있는 사례 중심의 강의를 하기에 우리 학교 샘들도 열심히 듣고 계신다.
3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를 정도로 진지하다.
이 선생님이 작년에 책을 내셨다.
광양동초 1학년 11명의 아이들 담임을 하면서 일 년간 동시 지도를 하여 엮은 책이다.
광양동초는 내가 근무하던 2002년에만 해도 24학급의 큰 학교였으나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요즘은 6학급 100명이 못 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그 중 1학년 아이들은 2명만이 더듬거리고 받침없는 글을 읽을 수 있을 뿐
나머지 9명이 까막눈으로 입학을 한, 문해 환경이 나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태반인 학교이다.
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글자를 가르쳐 시집까지 낼 수준의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또 이렇게 이쁜 시집으로 -것두 사비를 들여서 - 엮은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이시다.
" 광양동초등학교 1학년 1반 11명의 어린 시인들은 내게 천국의 시인들입니다.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세계가 거친 인간의 삶 곁에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국의 시인들이 이 시집을 꼭 보았으면 싶습니다. 자신을 속이고 세계를 속이는 허접한 시들은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
선생님 소개만 보아도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한 눈에 보인다.
참 아름다운 선생님이시다.
그런 탓인지 시의 곳곳에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사랑이 녹아 있다.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생님이 부럽다.
동심이 살아 있는 시를 읽는 동안 나도 행복했다.
선생님이 너무 좋아
선생님이 좋아
예쁘고 책도 잘 읽어줘
나도 선생님처럼 똑똑해지고 싶어.
내가 크면 선생님이 할머니 돼서
하늘나라로 가면 어떡하지?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에는 내가 할머니 되잖아.
힝, 서럽다.
책의 제목이 여기서 나왔다.
산타 할아버지, 우리 집에 마지막으로 와요.
나랑 자고 가요.
그림책 읽어주기의 중요성과 실천 사례를 한 눈에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연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