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가 오늘부로 백 주년이 되었다.
오늘은 개교기념일로 쉬기에 어제 4월 13일 개교기념일 행사를 가졌다.
지금까지 초임 발령 받은 이후 학교를 11군데 옮겨 다녔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아 1년만에 옮겨 버린 경우도 있고.
지역 만기에 걸려 더 있고 싶음에도 옮겨 버린 경우도 있고....
그러나 대부분은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정이 들어 만기를 채우고 옮기는 편이다.
지나온 학교 중에서 백 년을 맞은 학교는 있었지만 내가 근무하는 동안
행사를 한 경우는 없었다.
이 학교에서의 백 주년이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찰시루떡도 준비했다.
찰 시루떡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축하문구....ㅋㅋ
그런다고 하여 축하의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겠지?
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그리고 학생회 대표들과 함께 떡 커팅식
떡 커팅식이 끝나고는 학년별 개교기념행사를 진행했다.
1~2학년은 내나무 내 꽃 그리고, 동시짓기 활동
3학년은 학교풍경을 활용한 시화그리기
4학년은 벌교미션을 통한 작은 운동회
5학년은 학교의 아름다운 명소 사진찍기, 학교사랑 골든벨 대회
6학년은 학교와 관련하여 UCC만들어 광고하기, 신문제작하기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활동을 펼쳤다.
벌교초는 1917년 4월 14일 벌교 공립보통학교로 개교
1941년 벌교남국민학교로 개명
1996년 벌교초등학교로 개명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지금도 동네 어르신들은 벌교남초등학교로 알고 있으며
현재의 벌교여중 자리가 오래전에는 벌교북초등학교였으며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이 다니던 학교라고 한다.
한때는 광주수창초, 순천남초와 더불어 전남 광주를 통틀어
세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고,
학생수 역시 3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역사를 알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 이 학교만이 가지는
몇 가지 특별한 조형물이 있다.
이것도 그 중 한가지
종남장학회 탑이다.
종남장학회는 이 학교 출신이 만든 장학회로 30년이 넘는 동안 이어져 온
벌교초의 대표적인 장학회이다.
종자돈이 2억이 넘는다고 하니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답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인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봄꽃이 너무 없다.
박태기 나무 한그루, 그리고 작은 라일락이 전부다.
물론 교정 한 쪽 동백나무가 몇 그루 있긴 하나,
벚꽃이나 개나리, 목련 등의 봄꽃은 없는 편이어서 아직도 교정은 삭막하기만 하다.
교정 한 쪽, 한 무리의 비석이 보인다.
49회 졸업생이 만든 <부모님 공경> 탑도 있다.
올해 92회 졸업을 하였으니 꽤 오래 전에 만든 비인가 보다.
개교 50돌 기념공원이라는 비석도 보인다.
개교 100돌을 맞은 올해는 또 어떤 비석이 놓이게 될까.....
동문회에서 주관하는 백 돌 맞이 행사는 하반기에 이루어진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일부는 이처럼 마모되어 글자를 알아보기 힘든 것도 여러 개 있다.
백 년.....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길어져 백 년 넘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건 학교이건 백 년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갈수록 학교와 학생수가 줄어드는 팍팍한 현실에서 이백 년을 기약한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구호를 외쳐본다.
"도약하는 새로운 백 년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