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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 울타리가 있는 선숙이네 집

  나뭇잎에 바람이 불면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지요.

햇살이 쏟아지는 커다란 나무 아래 서서 바람 속에 온몸을 다 맡긴 나무를 바라볼 줄 아는 이는 살 줄 아는 이지요. 때로 삶이 그렇게 찬란하게 눈이 부실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싶지요. 정말로 살고 싶지요. 흔들리는 수많은 나뭇잎들이 따로따로 또 때로 함께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눈부셔하는 사람은 행복을 아는 사람입니다.

 

    바람부는 날 한그루 나무 아래 서서 삶을 찬양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마음을 줄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마음을 얻으면 그게 너그러움이 되지요. 평화지요. 사랑입니다. 감동이지요. 삶의 장엄을 얻는 일이지요. 흔들리는 것들은 다 가볍습니다. 비운 몸이 아름답게 흔들리지요.

 

   내가 날마나 눈여겨보는 창문 밖 나무들은 꽃이 피었다가 지고 새잎이 나고 그리고 버찌와 감과 탱자가 열렸습니다. 탱자나 버찌나 매실이나, 살구나, 감이나 다 그열매들이 처음에는 푸른 색입니다. 감이 푸른 색일 때는 땡감이라고 하지요. '땡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며 감을 가지고 인생의 부질없고 덧없음, 그리고 무상함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 열매들이 푸른 잎 속에서 다른 색으로 서서히 몸을 드러냅니다. 이제 탱자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술만 해졌습니다. 나날이 잘도 커 갑니다. 버찌나 오디가 엊그제만 해도 연두색이더니 지금은 붉은색입니다. 조금 있으면 아주 까맣게 익겠지요. 그 벚나무 속에 많은 새들이 날아와 놉니다. 사실은 노는지 일하는지 싸우는지 우리드은 모르지요. 아무튼, 그만그만한 작은 박새와 딱생화 참새들이 감나무 벚나무 탱자나무를 오가며 귀가 시끄럽게 울어댑니다. 하도 시끄러워 창밖을 내다보니 탱자나무 속에서 작은 박새가 푸른 벌레를 입에 물로 왔다 갔다 합니다.

 

   박새를 보다가 선숙이네 집으로 눈길이 았는데, 아! 그 집 작은 굴뚝에 파란 연기가 솟아납니다. 그리고 솥뚜꼉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출타를 했다가 할머니가 돌아오신 모양입니다. 푸른 나무 속에서 둘러싸인 허름한 농가 굴뚝으로 오랜만에 오르는 푸른 연기와 솥뚜껑 여닫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08. 06. 24 점심시간에 <한겨레 신문>을 읽다가 김용택 시인이 쓴 산문이 너무 좋아서 옮겨적다.

읽으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는 이런 글을 나도 쓰고싶다는 소망을 가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