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곡성 미실란에서 김탁환 작가와 함께

행복한 마술사 2022. 6. 19. 22:03

20220618(토) <일상의 글쓰기> 팀의 야외 수업이 열린 날.

 

지난 4월 30일에 <일상의 글쓰기> 팀의 첫 번째 야외수업이 목포에서 열렸다.

목포와 순천을 두고 투표가 열렸는데 목포 사람이 많아서 그곳으로 정해졌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고하도를 한 바퀴 돌고 민어회와 신안분재박물관을 돌고 오는 코스였다.

 

이번에는 종강 모임 겸하여 순천 쪽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야외 수업하는 날이 곡성 미실란에 둥지를 튼 김탁환 작가의 섬진강 산책이 예정된 날이었다.

다른 모임도 아니고 글쓰는 사람들 모임이라 이런 데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행 열한 명이 김탁환 작가와 함께하게 되었다.

 

미실란 집결 시각은 오전 11시.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가 이곳에 둥지를 튼 지는 17년이 되었다.

폐교가 된 곡성동초 자리를 이동현 대표가 사 들여서 쌀과 쌀 가공품, 찻집, 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곳 한 쪽에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리심> 등의 소설과 

세월호 이야기 <거짓말이다> <살아야겠다> <아름다운 그이는 사랑이어라> 등을 쓴 김탁환 작가가 운영하는 

생태 책방 <들녘의 마음>이 있다.

공작이 새끼 세 마리를 거느리고 있다.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청년의 제안으로 만든 쌀미 자의 텃밭
학교 교실의 나무 마루바닥이 정겹다
이 날은 유월의 햇살이 뜨거운 날이었어. 사진이 기가 막히군.
이곳이 바로 생태 책방 <들녘의 마음> 내부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도시락 대신 나온 점심식사. 가지 요리가 이리 맛있다니. 건강한 맛이어서 대 만족!
4열 종대로 줄지어 선 논. 일일이 손으로 모내기를 하고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단다.

 

 

김탁환 작가의 강연. 흰 머리카락이 멋스럽다

드디어 작가와의 만남 시간이 열렸다.

서울대 국어국문과를 나와 석사와 박사까지 했단다.

비평을 전공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작품을 찢는데 비해 그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그걸 본 양귀자 선생님이 소설을 써 보라고 했단다.

 

양귀자.

중학교 2학년,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시다.

결혼하고 전업 소설가가 되기 전 고흥 금산과 광양에서 잠시 교편을 잡으신 적이 있었다.

독특한 수업 방식과 학급 운영으로 그 반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나와는 직접 담임으로 만나지는 못했으나 같은 성씨라고 귀여워해 주셨다.

지금도 서울 사는 내 친구는 해마다 스승의 날 무렵에 선생님과 만나고 집에도 찾아가는 그런 사이로 산다.

김탁환 작가로부터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서 반갑고 좋았다.

 

고향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비로소 소설을 써볼까 했단다.

진해 사람들은 이순신을 추앙한단다.

바로 눈 앞에 거북선과 이순신이 있었고, 어릴 때부터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듣고 자란 터라 <불멸의 이순신>을 썼다.

그 소설이 잘 되어서 카이스트 교수로 십 년간 일하며 소설가를 겸업했다.

그런데 교수하면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전업작가가 되었다.

11년 되던 해 곡성으로 거처를 옮겨 지금은 절반은 소설가로 절반은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누구나 살면서 전환기가 있는데 소설가로 27년을 사는 동안 3번의 대전환기가 있었다.

비평가에서 소설가로

교수에서 전업작가로

서울에서 곡성으로 옮긴 일이 그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섬진강 일기>는 실수와 실패담으로 가득하다. 

사실 처음에 어떻게 소설가가 되었는지 자잘한 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의 경험으로 지금은 일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대전환의 첫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 섬진강 일기를 썼다.

 

글자 크기는 13으로, 노트북으로 매일 오전에 글을 쓴다.

오후에는 물 주고, 농사 짓는다.

오늘 오전에도 원고지 10매를 쓰고 나와서 기분이 좋다.

일요일에만 쉬고 주6일 근무한다.

 

송창식은 지금도 매일 두 시간씩 기타를 친다.

첼리스트 카자이스는 노인이 되어서도 매일 두 시간씩 첼로를 연습했다.

글쓰기도 습관이 되게 매일 30분이라도 써라.

잘 안 써지는 날에는 어떻게 할까?

잘 안 써지는 날에도 글을 쓴다.

써서 형편 없으면 버리면 된다.

글을 안 쓰겠다는 핑계는 만 가지도 넘는다.

날씨가 좋아서, 비가 와서, 컨디션이 안 좋아서 등등.

습관적으로 글을 써라.

무엇이든 쓰는 게 중요하다.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하고 무리한 직업이 바로 장편 소설 작가이다.

지금 쓰고 있는 대하소설에는 주인공이 백 명이다.

그 백 명을 기록해 가면서 글을 쓰고 있다.

 

 

김탁환 작가. 부드럽고 편안한 말씨로 강의를 해서 듣기 좋았다.
미실란 대표 이동현. 그는 미생물 박사이자 농부다.

편하고 좋은 길 놔두고 사서 고생하는 이런 사람들 덕분에 그나마 세상은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 같다.

편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이동현 박사는 달변가였다.

생태, 환경, 농촌의 현실, 젊은이 등 짧았지만 공감가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강의를 듣는 동안 바깥 온도는 32도였다.

세종에서, 광주에서 모인 사람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미리 신청받아 25명 정도로 운영한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날씨는 더웠지만 섬진강 산책을 나가기로 했다. 줄 지어 이동 중. 깨꽃이 피었다.

 

섬진강 습지, 멀리 보이는 나무가 지난 여름 물난리로 다 잠겼었단다. 믿기지 않네.

 

 

임실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광양 망덕포구까지 흘러가는 섬진강 중류가 바로 이곳 곡성이다.

 

지금은 숲이 너무 우거져서 설명만 듣고 저 습지를 걸어가 보지 못했다. 겨울에 다시 오라는 말씀.

 

 

 

 

습지까지 15분을 이동하는 동안 등에는 땀이 흐르고, 얼굴을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그조차 참 좋은 시간이었다.

글쓰기 벗들도 좋아했다.

작가와의 대화에는 처음 참여해 본다는 분도 간간이 찾아다녀야겠다고 말했다.

김탁환 작가의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알차고 보람있어선지 하루가 길었다.

곡성 <별천지 가든>에서 참게 매운탕 한 그릇씩 먹고 헤어졌다.

목포로, 광주로, 교수님은 서울로 흩어졌다.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