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풍경/일상의 풍경

콕콕 짚어주는 글쓰기 연수

행복한 마술사 2018. 8. 10. 22:34

 

 

 

지난 일주일간 무척 바빴다.

오전에는 학교가서 근무를 하고

오후에는 한 시간을 달려 목포에서 열리는

글쓰기 연수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목포대 국어국문과 이훈 교수.

정년을 2년 남겨둔 노교수다.

 

연수를 받기 전 여성, 공부, 나이, 만남에 대한

글을 쓴 후 연수에 참여하는 조건이 있었다.

그 즈음 글을 쓸

마음의 여력이 없어 기존에 써 둔 글 중

주제에 맞는 몇 편을 골라갔다.

 

글쓰기는 독서교육만큼 중요하지만 어떻게 쓰고

어떻게 고치라고 일일이 가르쳐주는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하여 좀 멀지만

허리 아픈 나로서는 갈 때 한 시간 ㅡ 학교에서 출발하니까 ㅡ

올 때 한 시간 반의 거리가 부담이 되었으나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기회를 놓치기가 아까웠다.

 

연수는 기대 이상이었다.

띄어쓰기, 문장의 호응관계, 매끄럽고 살아있는 우리 말 살려쓰기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루 3시간을 하는 동안

겨우 5분 쉬는 ㅡ 어떤 날은 그마저도 없다. ㅡ 강행군으로

이어갔다.

우리가 미리 제출한 글을 미리 고쳐온 후

왜그래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쫙쫙 그어진 밑줄에 쥐구멍에

숨고싶으리만치 부끄러움이 앞섰으나

그 분의 열정에 감화되어 나중에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분위기였다.

별다른 의식없이 쓰던 일본식, 영어번역식 표현 등을

쉽고 글의 결을 살리는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 주셨다.

모처럼 몰입도 높은 좋은 연수를 받게 되어

방학이 배부르다.

 

글은 마력을 지녔다.

연수생은 교장, 장학사, 교사 등

50대부터 20대까지 경력도 직급도 다양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안면트고 인사한 선배의

가정사를 글이 아니고서는 어떻게 알았으랴

장학사로 똑 부러지게 강의도 잘 하는 선배로만

알고 있었는데 착한여자 콤플렉스로 결혼 후

심한 시집살이를 했다는 걸 이번에 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귀고 있는 여성 이야기, 오래 전 글을 깨우치지 않고 보낸

제자에 대한 미안함 이야기,

재취로 시집와서 고생한 엄마 이야기 ...

가슴에 쌓아둔 지극히 내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글이 그렇게나 힘이 센 지도 말이다.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던 국어교육에 얼마나 부족한 점이 많은 지

더 정진하며 살아야겠다는 반성도 한 시간이었다.

여러 시간 열정이 넘치는 강의를 해 주신

이훈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