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마술사 2018. 7. 4. 13:04



 

서울 갈 때마다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두리번거리는 건

바로 내가 시골 촌년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도 보았다.

지하철에서 스치는 사람들 중 외국인이 부쩍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뿐 아니라 딱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도 많았다.


지하철을 막 나오니 비 온 뒤의 햇볕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

후텁지근....

습도가 허벌나게 높은 날이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지친다.

시원한 곳만 찾고, 먹고 싶다.

오전 11시, 삶에 지친 아주머니는 한숨 달게 자고 있다.

한 쪽에서는 선풍기가 돌고 있으나,

습도 높은 오늘은 뜨거운 바람만 쏟아낼 뿐이다.

뭘 파는 거지?

아이스박스가 있는 걸로 봐서는

여름음식일 터

작렬하는 태양빛을 이기지 못해 덮어두었을까?

아님 이미 장사가 다 끝난건가?

행인이 그렇게 많은데도 고개 꾸벅이지도 않고

당당하게 잠을 자는 아주머니.


아, 그러다가 보고 말았다.

한 쪽끝이 무디고 갈라지고 무좀 걸린 발가락과

발 뒤꿈치 두꺼운 각질을 담은 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큐빅으로 치장된 고운 발가락 샌들을.

그 부조화가 내 마음을 울린 날이다.